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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 Oct 26. 2018

내 이야기가 책이 되는 순간

 최종 원고를 보내고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충무로까지 먼 걸음을 해서 가제본 책을 현장 수령했다.



생각보다 책이 얇고 가볍게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 정말 책이 나오긴 나오는 건가, 하고 막상 물성을 가진 책의 형태로 내 원고를 받으니 감개무량한 마음이었다. 사이즈를 처음에 A5 사이즈로 기획했다가 B6 사이즈로 바꾸었는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가 마음에 들었다.



독립출판물 종이 재질 고민하기 

처음엔 표지에 일반 스노우지를 사용했는데, 인쇄소에서 종이 샘플을 만져 보니 랑데뷰나 아르떼의 오돌토돌한 질감이 마음에 들어서 표지 디자인만 다양한 종이로 한번 뽑아보기로 했다. 3종류의 표지만 낱장으로 인쇄해 봤는데 책 한권 가제본 값보다 돈이 더 들었다.


종이 샘플 만져보기
다양한 종이에 인쇄 해 보기


실제로 만져 보니 랑데뷰 내츄럴 210의 무광 코팅이 가장 적당한 것 같아 최종 제본은 랑데뷰로 하기로 결정했다. 코팅하지 않은 종이 자체의 재질이 마음에 들었지만 표지 코팅을 하지 않으면 표지가 쉽게 상하고 오염도 잘 지워지니 않는다는 인쇄소의 조언에 무광 단면 코팅도 하기로 했다.



최종 제본 보내는 날 

최종 제본을 의뢰하기 전날, 마지막으로 오탈자를 점검했다. 혹시 잘못 밀린 부분은 없는지, 여백은 충분히 확보가 되었는지 다시 확인했다. 뭔가 하나가 잘못되면 세상에 내 이름이 붙은 200부의 파본이 생긴다. 그렇게 생각하니 선뜻 최종 저장을 누를 수가 없었다.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했는지? 괜히 더 하거나 덜 한 말은 없는지? 를 한번 더 보다 보니 밤을 새고 말았다. 요새는 친구들을 만나 술을 먹어도 밤을 못 새는데, 일을 한다고 한숨도 안 자고 밤을 새어 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내가 뭔가를 한다고 밤도 샐 수 있는 열정과 체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니! 


날이 밝아 오는 걸 보며 최종 파일을 인쇄소에 보내고 인쇄비를 결제했다. 두둥.


드디어 끝났다. 


휴직 전의 고민, 일 년의 휴직, 그리고 다시 복직해서 경험한 것들이 뿌연 흙탕물처럼 느껴졌는데, 최종 원고를 보내고 나니 차분히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가라앉을 것은 가라앉고 떠오를 것은 떠올라 고요해진 느낌이다. 고요한 마음자리에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뿌듯함이 차올랐다. 곧 출근을 해야 하는 아침이지만 맥주 캔이라도 따서 자축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잘했다.

수고했다.

휴직도 책도,

정말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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