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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 Oct 25. 2018

표지 디자인 헤매는 밤

곰손 문과생의 셀프 표지디자인

만나는 사람들마다 "책 표지는 어떻게 할 거야? 요새는 표지가 진짜 중요해."라는 말을 했다. 인디자인 학원 경험을 통해 내가 얼마나 디자인에 소질이 없는지를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표지 디자인에 대한 나의 부담감은 늘어만 갔다. 그냥 깔끔하게 글자만 넣어서 표지를 만들어볼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돈 받고 파는 책인데 뭔가 '없어 보였다'. 독립출판 워크숍에서도, 인디자인 수업에서도 표지디자인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기에 나는 노트북 앞에서 끙끙대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1. 셀프 일러스트 시도

직접 스케치북에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사서 일러스트를 그려보았다. 그림 자체는 괜찮았는데, 스캔을 떠서 인디자인 표지에 올려 보니 전체 내용과 조화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스캔의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색연필로 그린 그림은 너무 옅고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은 뭉툭하고 투박해 보였다. 이걸 보정하려면 추가로 포토샵 기능도 익혀야 할 것 같아 셀프 일러스트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2. 외주 시도

몇 안 되는 인맥을 동원하여 디자인 전공자 또는 어도비 능력자를 찾으러 애썼다. 친구네 회사 디자이너분을 소개를 받았는데, 친구가 갑자기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서 연락하기가 어려워졌다. 사내에서 알게 된 일러스트 능력자님께도 요청을 드려 보았지만 아무래도 남의 책의 표지를 그린다는 것이 좀 부담스러운 일이라, 정중한 거절의 말을 들었다. 대신 표지 관련하여 이런저런 도움되는 말을 해 주셨다.


요지는 표지디자인도 결국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함이라는 것. 그래서 반드시 표지에 일러스트를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내 책의 내용는 발랄하거나 가볍다기보단 시종일관 진지한 편이기 때문에, 깔끔하게 텍스트만 넣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조언이었다.


회사에서도 보고서나 ppt를 만들다 보면 얼른 이 페이지를 그럴듯한 말로 채워야 할 것 같다는 조급함에 아무 말이나 일단 채워넣고 마는 경우가 있다. 그런 장표를 들고 갔을 때 상사들로부터 받는 피드백은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였다.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정하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 통계와 이미지를 가져와야 하는데 반대의 경우가 되면 주제가 흐려지고 만다. 어쩌면 표지 디자인에 있어서도 나는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3. 키워드를 찾고 키워드에 맞는 재료 찾기

다시 내 책의 주제가 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 내 책의 키워드를 무작위로 몇 가지 뽑아 보았다.


- 쉬어도 된다. 회사나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내 속도로 가도 된다는 말

- 멈춤, 쉼, 자발적 안식기

- 요가, 명상, 불교의 가르침

- 순례: 산티아고 순례, 자기 자신을 찾는 순례(휴직)

- 도전, 모험: 늘 트랙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트랙을 한번 벗어나본 이야기

- 꿈, 희망: 충분히 나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나니 다시 새살이 돋듯이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는 이야기


나는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무료 이용이 가능한 사이트에서 내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unsplash에서 이미지 하나를 찾게 되었다. 일러스트같은 사진이었다. 하늘색 배경에 노란색 꽃잎. 왜인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하늘색 배경은 멈춤과 휴식, 여백의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노란색 꽃잎은 쉬면서 다시 갖게 된 희망과 꿈들처럼 느껴졌다. 마틴 애덤스라는 대학원생의 작품으로, 원작자에게 별도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사용이 가능했다. 나는 이 이미지를 표지 전면에 배치하고 원작자명을 책 날개에 표시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표지가 완성되었다.

표지 전면


전체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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