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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융한삶 May 06. 2024

사월




고소의 현기증이 일었다



비가 온 날과 비가 올 날 사이의

비가 쉬는 날



벚꽃들은 차례대로 투신을 준비했고

머리가 무겁다며 목련은 먼저 일을 끝냈다



우리는 나비의 더듬이를 뽑으며

일방적인 가여움을 기만하고 있었다



부질없이 부지런한

몸부림. 엄살. 빌미. 주검.

여운을 빙자한, 아린 맛의 잔영.



말이 없던 흰 벌레는 무엇을 그리 잘못한걸까



뜯겨진 날개로 젓갈을 담그면

토막내 절여진 자유와 같은 맛이 날까



돌이킬 수 없는 침묵은

돌이킬 수 없는 불명예를 겨눈다



돌이킬 수 없는




사월, 조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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