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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쥐 Aug 09. 2022

아토피 임산부의 '밀가루와 헤어질 결심'

#노밀가루 #글루텐프리 #홈베이킹


입덧이 끝나고 임신 안정기에 들어오면서 임시휴업 중이던 주방문을 다시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의 심한 입덧은 아니었지만 하루 종일 계속되는 메슥거림과 현기증은 베이킹을 포함하여 평소에 즐겨하던 모든 액티비티에 흥미와 의지를 잃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신기했던 경험은 바로 달달한 디저트와 구움과자라면 환장하던 나의 입맛이 '아주 잠시' 단 것을 거부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지만) 굳이 선호를 따지자면 상큼한 과일류의 디저트보다는 꾸덕하고 느끼하고 무거운 고칼로리 스타일의 디저트 파인 나의 입맛은 임신 초기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위장 기능의 저하 때문에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건강하고 상큼한 종류의 음식만 먹으면서 살아야겠다고 좋아했지만 이 같은 변화는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깔끔하게 원복 되었다.


한편 임신 직전 나의 아토피성 피부 상태를 업데이트하자면 - 밀가루 음식을 원천 차단하지는 않되 적당히 먹으면서 증상이 살짝 올라오면 바르는 연고로 조절이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눈가를 포함한 얼굴 부위는 프로토픽 0.3%라는 연고를 사용하고 있었고 (동명의 연고 1%짜리 대비 훨씬 약한 수준으로 아기들에게도 처방되는 약이라고 한다) 좀 더 두꺼운 피부인 몸 부위에는 더모타손이라는 연고를 사용하면 꽤 심했던 증상도 2-3일이면 가라앉았다.


그러나 임신과 동시에 내 몸은 호르몬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소양증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건강하게 집밥만 먹었다면 좀 컨트롤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입덧 중이니까 이거라도 먹어야지'라는 합리화 모드로 밀가루 음식을 꽤 자주 먹었고, 여기에 피부과 연고까지 사용을 중단했다. 프로토픽 0.3%는 임신 초기 괜찮다는 담당의사의 말을 듣고 계속 사용했지만, 좀 더 강력한 더모타손을 끊고 나니 상태는 속수무책으로 악화되었다. 


얼음팩과 선풍기로 버텨보다가 결국 양쪽 팔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긴팔 옷을 입으면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과 핏자국이 계속 묻어 나오는 것은 물론, 양 팔 가득한 상처들 때문에 임신 중 필요한 채혈 검사에도 지장이 있었다 - 다시 피부과에 방문한 결과 더모타손도 사용해도 좋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았다. (FDA에서 지정한 등급이 있는데 안전 수준이고, 피부에 바르는 연고가 실제 흡수되는 비율은 2% 이하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미 기형아 검사를 무사히 마친 후라서 더욱 안심하고 바르기 시작했다) 참고로 팔과 같이 두꺼운 피부조직는 프로토픽 0.3% 연고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아무리 발라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 마치 쫄쫄 굶은 상태에 겨우 쌀 한톨을 먹는다고 허기가 없어지지는 않는것과 같다고 의사가 비유해주었다. 


연고를 바르고 일주일 이내로 피부는 다시 아주 건강한 상태를 회복했다. 밀가루 음식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물론 큰 역할을 했다. 슬슬 집밥도 지어먹기 시작하면서 이제 디저트류도 그만 배달시켜먹고 냉장고 가득한 베이킹 재료들로 뭔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한때는 완벽한 #비건 #글루텐프리 레시피로 철저하게 계란, 버터, 우유, 밀가루 등을 제외하고 베이킹을 했었지만, 밀가루와 버터 특유의 부드러움과 포슬포슬한 텍스쳐가 그리워서 슬금슬금 다른 일반 베이킹 재료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름 무항생제 계란, 유기농 국내산 박력분 등 프리미엄 재료를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밀가루를 식단에 다시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집에서 생크림 케이크를 직접 만들면서 1일 1밀가루 디저트가 일상이 되었다. 그 상태에 입덧이 더해지면서 완전히 '일반식' 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극심한 2-3달의 아토피를 다시 겪고나니 밀가루를 끊어야겠다는 의지가 한 층 더 강력해졌다. 물론 최근 몇 년간 이렇게 열심히 컨트롤하는 '관리 시즌'과 '치팅 시즌'을 번갈아 두어왔긴 했지만 남은 임신 중기와 후기는 왠지 성공적으로 관리 시즌 모드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부 상태는 물론이고 체중관리와 균형잡힌 식단관리도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반강제적이긴 하지만 아토피 피부를 가진 임산부에게 아주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식단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치팅 모드가 내년까지 찾아오지 않고 잘 버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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