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마지막에 다소 급하게 일요일 오전 도착 목표를 잡은 이유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유명한 향로미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향로미사는 보타푸메이로라고 불리는데 미사 중 커다란 향로를 흔들어 연기를 내뿜는 의식이다. 먼 길을 걸어온 순례자들의 땀내와 악취가 성당에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기능성 의류를 열심히 입은 지금도 다들 꼬질꼬질 시큼한데 예전에는 어휴 엄청났겠지. 향 연기로 소독도 하고 축복도 내리는 그런 의미였을듯 하다.
보타푸메이로 Botafumeiro 는 갈리시아어로 향로, 연기추출기 정도의 뜻이라고 한다. 이름이 참 어렵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산티아고에서도 정확한 워딩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사람들은 그냥 대개 향로미사라고 하고, 다국적 순례자들이 영어로 대화할때는 다들 그... 뭐지? 그 스윙잉Swinging 미사 있잖아 그거 봤어? 정도로 대화하는 느낌.
갈리시아어로 모두에게 생소한 단어라 다들 Swinging Thing 이라든지 Vessle , 또는 Swinging Pot(마커스 맙소사 솥이라니) 등등 각자 엉터리 표현을 쓴다.
보통 매일 하지는 않고 일요일이나 기념일 등에 진행한다고 하는데, 나는 일요일 점심 미사 입장에 실패했기 때문에 못 볼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그냥 마음을 비웠었다.
하지만 며칠 있으면서 상황을 파악해보니 개인이나 단체가 신청하고 특정 금액을 지불하면 (500유로라던가 하나보더라) 향로미사 의식을 해준다고 한다. 한국 단체 투어 등에서 종종 신청하기도 하고 신앙심 깊은 스페인 분들도 신청하시는듯.
그렇게 보면 볼 확률은 랜덤이기는 한데, 생각보다 자주 있는것 같기는 했다. 산티아고 머무는 동안 점심 저녁미사에 한두번 빼고 거의다 향로 의식이 있었다. 운 좋게도 산티아고에 머문 기간이 11월 1일 모든성인의 날을 앞둔 주간이라 그랬을수도 있다. 운이 안좋으면 며칠 내내 미사 들어가도 못볼수도 있다고.
일요일 점심 미사는 입장에 실패했지만 월요일 저녁에 갔을때 향로의식이 있었고 화요일 수요일 점심 미사에도 향로의식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미사에 3번 들어가서 보타푸메이로를 모두 보게 되었다. 이럴 거면 일요일에 왜 그리 서둘러서 산티아고에 온걸까.
커다란 향로가 흔들리며 성당에 연기를 내뿜는 모습은 예상보다도 더 멋지고 볼때마다 설레고 감동적이었다. 향로 의식이 시작되는 타이밍, 정적인 성당에서 동적인 움직임, 향로를 움직이는 방식, 소리와 향기 모두가 합쳐져서 기적스럽고 가슴이 그란데하게 뭉클해진다. 정말 먼 길을 온 사람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것 같은 의식이었다. 사전에 동영상이나 정보 없이 현장에서 그 순간을 처음으로 마주쳐서 감동이 더했던 것 같다.
혹시 누군가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서 향로미사를 볼 생각이 있다면 최대한 어떤 검색도 하지 않고 사전 정보 없이 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번 미사에 과연 향로 의식이 있을까 없을까를 조마조마하게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