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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연 May 24. 2022

잃어버린 불가사리 이야기

시커먼 바다가 하얀 나비를 삼키고 마른 몸뚱어리를 흔들어댈 때에도 

아이는 두 발로 단단하게 마른땅을 견디었다.

주머니에서 슬며시 빠져나온 불가사리 한 마리가 파도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동안에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돌아온 발자국에서 

진한 불가사리 냄새가 났다. 

돌아오는 길 발자국 하나하나에 젖은 그리움이 양말을 축축하게 적셨다.  

결국 두고 오지 못한 마음은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엎어지게 했고

무릎에서 흐르는 지리한 피는 축축한 양말을 더욱더 축축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마를 줄 모르는 양말은 잘 벗겨지지도 않았다. 

   

젖은 양말을 신고 마른땅을 걷는 동안

선명하게 남는 발자국들이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아이는 자꾸만 뒤로 걸어갔다.

바다에 두고 왔던 그날로.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은 영험한 존재의 기록으로 남았고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던 젖은 양말은 축축한 발자국을 거꾸로 이어나갔다. 

끝도 없이 이어진 발자국 사이로 

새가 울면 그가 울고

바람이 불면 그가 지나가고

꽃이 피면 그가 피어났다. 

도처에 깔린 영험한 존재가 오래된 먼지처럼 엉겨 붙어 떠다니면

슬며시 젖은 양말로 그 먼지를 닦아냈다. 

절대 마르지 않을 것 같았던 꼬질꼬질한 양말이 말라갈때즘엔

뒷걸음질 치던 발자국이 말라갈때즘엔

그 바다가 모두 말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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