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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r 28. 2020

저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납니다.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한다고 소문 낸 까닭





“보통 몇 시에나 일어나세요?”




“저요? 저는 조금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매일 새벽 다섯 시 전에는 일어나요.” 



이렇게 대답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라며 이렇게 묻는다. “다섯 시요?”, “해 뜨기 전 새벽 다섯 시 말이죠?” 그러면서 약간 놀란 것 같기도 하고, 그 시간에 일어나서 뭘 하는지 궁금하다는 것 같기도 한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는다. 이럴 때면 괜스레 낯 부끄러워진다. “저는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입니다.”라고 스스로 광고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런 기분이 불편했다. 그래서 “몇 시에 일어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다른 분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요.”라는 식으로 에둘러 말하며 구체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을 피했다.



그런데 인간 행동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몇 시에 일어나는지를 여러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밝히면 실제로 그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오히려 먼저 말하고 다닌다. “저는 보통 다섯 시 전에 일어나요.”라고. 물론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나대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 나의 행동을 변화시켜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에는 이로울 수 있다.   



도이치, 제라드 교수의 ‘Profess effect’


공언(公言)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하여 말하는 것


초등학교 도덕 교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공언하기라는 활동이다. 수업을 통해 배웠던 내용을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면서 실천으로 옮기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한 약속을 잘 지키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겠습니다.”와 같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뭐랄까 다소 ‘초등학생스러운’ 느낌이 있긴 하지만 공언하는 것의 효과는 이미 심리학에서도 여러 차례 연구 되었던 주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인 1955년 모턴 도이치(Morton Deutsh)와 헤롤드 비 제라드(Harold B. Gerard) 박사의 연구에서 유래된 ‘Profess Effect’다. 우리나라에서는 ‘떠벌림 효과’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 번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Profess’는 ‘공개적으로 말하다’, ‘공언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고, ‘떠벌리다’는 무언가를 과장해서 말한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두 단어의 의미에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Profess’라는 단어를 ‘떠벌림’으로 표기하기 보다는 ‘공언’이라는 표현으로 수정하는 게 원래의 의미에 적합한 표기가 아닐까 싶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도이치와 제라드 박사의 연구에서 유래된 ‘Profess Effect’란 내가 목표로 하는 행동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면 보다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심리 현상이다. 


Profess Effect

목표로 하는 행동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면 보다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심리 현상


초등학교 도덕 수업의 공언하기 활동과 ‘Profess Effect’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기 때문인지 우리 주변에서 ‘Profess Effect’의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종영된 MBC 무한도전의 노홍철 다이어트 편에서 ‘단 것을 먹지 않겠다.’라는 이야기를 무한도전 동료들, 주변 PD들,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공언하며 초콜릿을 먹지 않으려 노력했던 게 바로 ‘Profess Effect’의 대표적인 예다.






‘Profess Effect’가 나에게 준 세 가지 도움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살게 되는 과정 속에서 나는 ‘Profess Effect’의 덕을 톡톡히 봤다. 주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나의 기상 시간을 밝힘으로써 그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실행력과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만으로 특정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실제로 나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인해.  



하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새벽 다섯 시 전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밝히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주변사람들이 나를 집에 일찍 보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아참, 넌 일찍 자야하지?”라면서 모임 중간에 먼저 갈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나를 위해 저녁 약속 시간을 일찍 당겨 잡았다. 직장이나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주변인들이 내가 일찍 자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니 최대한 배려해주려고 했다.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고,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둘, 내 말에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나의 목표를 말하는 그 순간, 내 오른쪽 가슴에는 책임감이라는 화살이 날아와 박힌다. 좋든 싫든 내가 뱉어버린 말이기 때문에 주워 담을 수 없다. 설령 주워 담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오롯이 내 몫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키지 않는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말했던 대로 하지 않으면 괜스레 불편한 마음이 든다. 허풍쟁이나 실없는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책임감으로 인해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뜰 수 있었다. 



셋, 내가 뱉었던 말을 나 스스로가 믿게 되었다. 


이적과 유재석이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불렀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처럼 말하다보니 어느새 그걸 믿게 되었다. “저는 새벽 다섯 시 전에 일어나는 사람이에요.”라는 말이 나의 무의식 속에 들어와 “나는 새벽 다섯 시 전에 일어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심어버렸다. 이게 하루 이틀, 일 주 이주, 반복되다보니 어느새 당연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목표로 하던 행동을 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라는 일종의 자기 최면에 걸리게 된 것이다.








이제 말하는 일만 남았다.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겠다.’라는 나의 목표를 주변사람들에게 알려보자. 그들 중 누군가는 당신을 지지해주고 배려해줄 것이다. 또는 나 스스로 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인해 일찍 일어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나처럼 ‘나는 원래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야.’와 같은 자기 최면에 빠져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느 정도 선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걸까? 자주 만나는 친구들? 가족들? 결심을 밝힐 대상을 굳이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사람들에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SNS의 발달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 정말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 방. 이 모든 공간이 공언하기의 무대가 되어줄 수 있다. 실제로 '모닝 러너’의 멤버 중 한 사람은 “한 달 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인증샷을 올리겠습니다.”라는 공언을 한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렸다. 중간 중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뻔만 날도 있었지만 팔로워들이 달아주는 댓글에 힘을 얻어 하고자 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Profess Effect’의 실천 방법은 우리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어떤 행동을 실천하고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역시 나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다. 그래서 나는 요즘에도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한다고 공언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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