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i Apr 02. 2020

친구 따라 강남 갈수 있을까?

변화의 열쇠는 주변 사람들에게 있다.



Q. “모닝 러너”에 참여하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A1. 혼자 하면 어렵지만, 같이 하면 쉬워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일종의 동질감이라고 할까요?

A2. 혼자 일어나려 할 때보다 의지력이 강해진 것 같아요. 

A3. 혼자였다면 나태해 질수도 있었을 텐데, 같이 해서 그런지 책임감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모닝 러너”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함께’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떻게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을 반복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타인이 나에게 주는 영향력


일찍 일어나겠다는 결심은 나를 바꾸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행동을 변하게 만들어준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주변 사람들이었다. 내가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보이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 소중한 ‘타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 우리가 하는 행동의 90% 이상은 타인을 통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 평소에 먹던 것보다 많이 먹게 되는 것. 평소에는 따뜻한 커피만 마셨지만 나를 제외한 네 명의 친구들이 모두 아이스 음료를 주문하면 ‘오늘은 나도 아이스커피를 마셔볼까?’라는 생각과 함께 아이스 음료를 주문하게 되는 것. 주식에 관심이 1도 없던 사람이 주변에서 “지금 삼성전자 사야할 때야.”라는 이야기를 세 번 듣고 주식계좌를 만드는 것. 우리가 무심코 해오던 이런 행동들도 모두 다 타인들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이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일이거나, 매일매일 새롭게 결심하며 의지를 다져도 자꾸 실패한다면, 나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미쳐줄 친구나 동료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이 나를 변하게 만들어줄 원동력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타인을 통해 나의 행동을 변화시켰던 경험 두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토플 스터디 


한때 미국 유학을 꿈꾸었던 때가 있었다. 미국의 대학원에 입학하려면 80점 이상의 토플 점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토플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부푼 꿈을 가지고 상경해서 종로의 모 어학원에 등록했다. 어학원에 등록한 첫 날, 나에게 부여된 과제는 “영어 공부 계획 세우기”가 아니라 스터디 팀을 꾸리는 것이었다. 서너 명으로 된 팀을 꾸려 공부해야한다는 게 강사가 우리들에게 들려준 토플 점수 올리는 첫 번째 비법이었다. 


“미국 유학을 가보면 좋겠다.”라는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어학원에 등록했던 나와는 달리 우리 스터디 팀에는 점수가 절실하게 필요한 분들이 많았다. 서울대 공대에서 박사과정 중이었던 형님은 토플 점수만 나오면 미국으로 포스트 닥터(Postdoctoral Doctor)를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점수를 만들지 못해 1년째 어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박사 후 연구원에 지원할 수 있는 마감기한이 4개월 밖에 남지 않아 그 형님은 하루 14시간씩 토플 공부만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 뒤, 한국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미국 대학으로 입학하고 싶어 했던 동생은 고시원에 살며 2년째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실패하면 친가가 있는 울산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동생은 잠자는 다섯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토플에 바쳤다. 



사실 두 사람에 비하면 난 그렇게 절실하진 않았다. 토플 공부를 안 한다고 눈앞에 찾아온 좋은 기회가 날아가 버리거나 당장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유 있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두 사람과 함께 스터디를 일주일 정도 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절실해졌다. 아니, 그곳에서는 절실해져야만 했다. 그들의 열정이 나를 절실해지게 만들었다. 나도 스터디 구성원들과 똑같이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토플 하나에만 집중 했다. 스터디에서 정한 공부 분량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으로 인해 목표로 했던 점수를 얻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미국 유학에는 도전하지 못했지만. 혼자서 공부했다면 목표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독서모임 


어렸을 때부터 독서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만 할 뿐 성인이 된 다음에는 한 달에 한 권 읽는 것도 힘들었다. 일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다른 취미 생활 때문에 시간이 없기도 했다. 누구나 대는 핑계처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독서를 못하기도 했다. 그러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5년 정도 지났을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늘보다 나아지려면 책은 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 그 날, ‘한 달에 적어도 두 권을 읽겠다.’라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실패했다. 괜히 성인 연평균 독서량이 6.1권인 게 아니다.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에 독서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종일 일에 찌들어 기운 빠진 몸과 정신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웬만한 의지로는 실천하기 어렵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책을 읽으려고 하니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찾게 된 게 독서모임이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진행되는 독서모임을 찾아 봤다. 독하게 독서하는 사람들의 모임, ‘독사모’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독사모? 아재느낌이 나는 그룹 이름에서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 독서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 같았다. ‘독사모’가 나에게 보이지 않는 ‘독서압박’을 가해주길 바라며 첫 모임에 참석했다. ‘독사모’에 처음 갔던 그 때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치다 타츠루의 『스승은 있다』를 들고 달콤 커피 2층으로 수줍게 올라가던 그때가. 나의 독서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독서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던 첫 해에는 한 달에 한 권 정도를 읽었던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독서모임 자리에서 내가 읽었던 책을 소개해야했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 나가려면 좋던 싫던 한 달에 한 권은 읽어야만 했다. 다음 해에는 한 달에 두 권 정도 읽게 되었다.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 내가 평소에 읽는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책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그 중에서 흥미로운 한 권을 선택해서 읽다보니 한 달에 두 권 정도는 읽어 내게 되었다. “사실 혼자 읽을 때는 한 달에 한 권 읽기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연진씨가 소개해준 책 이야기를 듣다보니 또 읽고 싶어지네요. 이번 달에는 두 권 읽는 게 목표에요.” ‘독사모’에 꾸준히 나오는 구성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관심사도 책이 되었다. 내가 원했던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그 목표에 가까워져있었다. 독서모임에 나가기 시작한지 5년이 되었을 무렵 나는 독서모임의 리더가 되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답이 있다.


장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사회심리학의 아버지 쿠르트 레빈(Kurt Zadek Lewin)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가 나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나는 쿠르트 레빈의 이 생각을 토플 스터디와 독서모임을 통해 직접 경험했다. 토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토플 공부에 사용했다. 독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에는 관심도 없던 가즈오 이시구로나 톨스토이, 프리드리히 니체와 관련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의 행동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쿠르트 레빈의 주장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에 적용하면 다음 두 가지 방법이 나온다. 


 내 주변 사람들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게 만드는 것 
 내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사람들의 주변 사람이 되는 것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나도 어느새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https://brunch.co.kr/@edoodt/25

https://brunch.co.kr/@edoodt/24

https://brunch.co.kr/@edoodt/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