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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Apr 22. 2020

내 삶을 바꿔준 이것?

블로그에 아침을 기록하기

어머나, 제 블로그에 남편이 아닌 분이
댓글을 남겨주신 건 00님이 처음이에요. 


영광입니다. 저도 놀러가겠습니다.




‘모닝 러너’의 첫 번째 날, 구성원 중 한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대댓글이다. 이 글을 읽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다. 누군가가 내 블로그에 처음 댓글을 남겨줬던 그 날은 나에게도 영광스러운 날이었다.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첫 번째 글을 올렸을 때도 비슷했다. “작가님 글이 참 좋아요. 응원합니다!”라는 그 댓글은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댓글은 친구가 남겼던 거였지만.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읽어준다는 것은 조금 부끄럽긴 해도 마음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Photo by Glenn Carstens-Peters on Unsplash


‘모닝 러너’ 이전에 운영했던 아침 모임인 ‘굿모닝꿀모닝’에서는 기상 인증샷만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공유했다. 구성원 모두가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에 사진을 올리기에 제대로 진행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들 중 절반은 사진만 찍고 다시 잤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걸 도와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그 장치를 블로그라고 생각한다.


블로그에 아침을 기록하는 두 가지 이유


‘모닝러’들은 매일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블로그에 기록해야 한다. 

누구든지 해야 하는 필수 과제다. 

두 가지 이유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나, 성찰의 기회


“매일 아침마다 한 시간 이상 뭘 열심히 한 것 같긴 한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뭘 했는지 가물가물하네요.”, “다른 사람들처럼 명상이나 필사를 하긴 했는데 막상 저한테 남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문득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두 시간 동안 공부해야지!”라고 다짐한 다음 열심히 공부했지만 두 시간이 지난 다음에 “내가 두 시간 동안 뭘 공부한 거지?”란 생각이 들었던 그때 내가 느꼈던 기분과 비슷했다. 



전교 1등인 친구에게 내 고민을 이야기 했더니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공부 끝내기 10분 전에는 더 공부하지 말고 오늘 공부했던 내용들을 쭉 한 번씩 훑어봐. 그럼 어떤 내용을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지금보다 잘 떠올릴 수 있을 거야.” 친구가 가르쳐준 방법으로 공부한 다음부터는 내가 어떤 걸 알고 있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블로그에 기록해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글을 적어가다 보면 ‘어젯밤에 계획했던 대로 오늘 아침을 보냈는지’, ‘나만의 모닝 루틴을 밟아갈 때 나의 몸과 마음은 어떤 상태였는지’, ‘오늘 아침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와 같은 생각들이 나도 모르게 떠오르게 된다. 질문을 생각한 다음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쓰다보면 생각이 나온다. 이렇듯 블로그에 아침을 기록하다보면 나 자신을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둘, 정보의 공유



블로그에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기록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보 공유가 된다. 나는 ‘모닝러’ 중의 한 분이 매일 아침 물과 함께 영양제를 먹는다는 글을 읽고 잠시 잊고 있었던 루테인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또 다른 분은 아침마다 사과 사진을 올렸다. 며칠 뒤 ‘모닝러’들 사이에서는 아침 사과 열풍이 불었다. 가장 많은 파급력을 가져온 건 유튜브 크리에이터 ‘요가소년’의 실시간 스트리밍 정보였다. 매일 아침 여섯시부터 일곱 시까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요가소년의 요가 수업에 참여하게 된 건 블로그를 통한 기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듯 나에게는 당연한 일상이거나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정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꿀 같은 정보가 되어 줄 수 있다.






성찰의 기회와 정보의 공유. 이 두 가지 이외에도 블로그 운영이 주는 장점들은 많다. 나만의 아이디어를 모아갈 수 있다는 것, 하루하루를 기록해가는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블로그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블로그의 장점들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로그에 아침을 기록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모닝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좋은지는 알겠지만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다른 분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기록하고 공유 하는 것은 조금 두렵다고 말했다.


블로그에 아침을 기록하지 못하는 이유


블로그에 아침을 기록하지 못하는 이유의 중심에는 ‘욕심’이라는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건데, 괜찮게 써야 되지 않겠어?’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유치원 아이들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곰 세 마리’를 부를 때 평소보다 잘 부르고 싶어 한다.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욕심이 있어야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욕심 때문에 어떤 일을 시도조차 못할 때도 많다.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내 행동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Photo by Eddy Billard on Unsplash


잘 쓰고 싶은 욕심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두렵다고 말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마음속에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잘 쓰려다보니 기록하는 게 어려워 보이는 거다. 이런 분들에게 나는 항상 두 가지 이야기로 뼈를 때린다. 


하나, 처음 쓰는 사람 중에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노인과 바다』의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

세계적인 문호로 손꼽히는 헤밍웨이가 처음 쓴 글도 걸레인데, 하물며 우리 같은 일반인이 처음 쓰면서 잘 쓸 수 있을까? 단연코 없다. 고수들도 처음에는 다 못썼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도 매일 소설을 쓰면서 나는 왜 이렇게 글을 못 쓰는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글쓰기의 고전 『글쓰기 생각쓰기』의 저자인 윌리엄 진서의 말처럼 글쓰기는 어느 날 뚝딱하고 잘 쓰게 되는 게 아니라 조금 조금씩 써가는 과정 속에 진정한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다 보면 잘 쓰게 되는 게 아닐까?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쓰려는 게 소설이나 논문 같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하는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내가 아침에 했던 일들과 함께 떠올랐던 생각들을 자유롭게 적어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쓸거리가 많은 날에는 길게, 쓸거리가 없을 때는 한 문장이어도 좋다. 아무것도 쓰기 싫은 날에는 사진만 올리는 것도 괜찮다. 나만의 호흡으로 쓰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Photo by Kaitlyn Baker on Unsplash


둘,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사람들은 우리의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 


일기장은 나만 보는 거지만 블로그는 다른 사람들도 본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건데, 괜찮게 써야 되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사람들은 우리의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 한 번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아침에 뭘 하는지 보자.’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 들어 간 게 몇 번이나 되는지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다들 자기 할 일에 바쁘다. 하물며 나와 가장 가까운 우리 가족마저도 내가 올린 글을 매일 읽진 않는다. 괜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껴 아침을 기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글쓰기 연예인병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아침 기록의 효과 


‘모닝 러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모닝러’들에게 블로그에 아침 일상을 기록하는 것의 장점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나의 모닝 루틴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보게 되어 체계적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이 된다. 

_ 닉네임 : 콩소여의 모험


기록을 통해 성찰 할 수 있었다. 기록하다 보니 생각보다 낭비하고 있는 시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기록하면서 조금 더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_ 닉네임 : 시리쌤


내 아침 기록을 다른 사람들이 본다는 건 나에겐 약속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의지력이 강해진다. 

_ 닉네임 : 사랑한별나라


흘러가는 순간을 잡을 수 있고 소소한 성취감을 맛 볼 수 있다.

_ 닉네임 : 카르페디엠


아침을 어떻게 보냈는지 성찰할 수 있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_ 닉네임 : 봄뜨락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고, 내 삶을 성찰해보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_ 닉네임 : 비타민


Photo by Ioana Tabarcea on Unsplash


블로그에 아침의 일상을 기록하지 않고 인증샷만을 찍었다면 이런 생각들은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은 생각을 부른다. 쓰다 보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저절로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써보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을 쓴다. 나의 아침 일상을 기록해보는 게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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