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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Apr 14. 2020

의외로 효과적인 ‘삼일일보’

삼일에 한 번씩 셀프 보상하기




잘해쪄요.
시완이 아빠가 엉덩이 토닥토닥해줄게요.



한 살 배기 아들이 처음으로 소파를 집고 일어난 날 보상으로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줬다. 다음 날에는 식탁 의자를 잡고 일어났다. 어제처럼 잘했다며 다시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줬다. 다음 날에는 침대를 잡고 일어섰다. “우리 시완이 잘했어요.”라고 말했더니 갑자기 엉덩이를 돌리며 나를 쳐다봤다. 


교육 심리학에서는 어떤 행동 뒤에 그가 좋아하는 것을 주거나 해주면 그 행동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라는 개념이다. 내 아들에게 엉덩이 토닥토닥은 일종의 강화물, 강화인자였던 셈이다. 우리는 이걸 흔히 보상이라고 부른다. 보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물질적인 것은 음식이나 물건, 돈처럼 실제로 줄 수 있는 실체가 있는 것들이다. 비물질적인 것은 내가 했던 엉덩이 토닥토닥이나 안아주기, 뽀뽀해주기와 같이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다. 


사람이 보상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상이 있으면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보상을 잘 활용하면 나의 행동을 스스로 조절해갈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드는데 보상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볼 순 없을까?








삼일에 한 번씩 셀프 보상하기


보상은 타인이 줄 수도 있고 내가 직접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살 배기 아기도 아니고 다 큰 어른에게 “새벽 다섯 시에 꾸준히 일어나다니 정말 대단한데? 그럼 내가 격려의 의미로 벤츠 E 클래스 카리브올레를 한 대 사줄게.”와 같은 타인의 보상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나 스스로에게 보상해주는 셀프 보상이다. 이 방법의 좋은 점은 때와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적은 금액으로도 꽤 괜찮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 사주고 싶은 사람?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것을 반복하는 불교의 수행법인 삼보일배(三步一拜)를 변형한 삼일일보(三日一報)라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삼일일보(三日一報)

삼일에 한 번씩 셀프 보상하기



삼일일보는 말 그대로 삼일에 한 번씩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내가 나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이 단순한 목표를 달성한 나 스스로에게 삼일에 한 번씩은 보상을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사고 싶었던 300만원을 훌쩍 넘는 맥북 프로 16인치를 사거나, 프라이빗한 힐튼 호텔으로 여행을 가거나, 5만원이 넘는 빙수계의 포르쉐,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를 먹는 게 아니다.


내가 삼일에 한 번씩 나에게 주는 보상들은 따뜻한 바닐라 라떼 한 잔, 평소에 읽고 싶었던 한 권의 책, 저녁 식사 후 맥주 한 캔처럼 소소한 것들이다. 이정도 만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나 스스로를 격려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물질적인 보상만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가끔씩 낮잠 자는 시간을 주기도 하고, 주말 늦잠을 허락하기도 한다. 또 읽고 싶었던 소설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비물질적인 보상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PIXABAY


뇌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소소한 것들이라도 뇌에서 보상이라고 인식하면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무언가를 실천할 의욕을 갖게 해주는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들의 변화를 통해 즐거움, 기쁨, 도취감, 성취감과 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감정들은 어떤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의 바탕이 된다. 







나를 달리게 만드는 셀프 보상의 종류


일찍 일어나는데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들은 모두 다 보상이 될 수 있다. 다음은 ‘모닝 러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닝러’들이 스스로에게 줬던 보상 목록이다. 


▶ 셀프 보상의 종류 ◀ 


직접 ‘400번 저어’ 만들어먹는 달고나 커피 

평소에 읽고 싶었던 한 권의 책 

주말 하이킹 

가족들과의 나들이 겸 캠핑 

쫀득쫀득하고 꾸덕꾸덕한 브라우니에 핸드드립 한 잔

보고 싶었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영화 한 편

2만 원 짜리 해산물 한 팩과 소주 두 잔 

지난 주 부터 먹고 싶던 프라이드치킨 

아무것도 안하고 멍 때리는 시간 30분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마카롱    

작은 율마 화분 

사랑스러운 스누피 굿즈   

스타벅스 아이스 슈크림 라떼 그란데 사이즈 

맥도날드 베이컨토마토디럭스

가족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파티





인간행동전문가들과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진정한 습관이란 보상이 없어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한다. 동의하는 말이다. 보상이 있을 때만 행동하고 보상이 사라져버렸을 때 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이건 습관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보상이 힘이 되어 준다는 사실은 그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소소한 보상들이 삼일에 한 번씩 자연스럽게 반복되다보면 어느새 보상이 없어도 내 몸에 저절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물들게 되는 게 아닐까? 


‘삼일일보’의 효과를 나는 믿는다. 


더불어 나는 ‘삼일일보’의 효과를 본 사람들의 제보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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