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살다 1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잠 Oct 27. 2020

문을 닫으면

지키지도 않을 약속

사과도 없는 다툼

끝없는 주장

길게 늘어선 줄

투덜거리며 돌아서는 뒷모습

참혹한 성적표

간당 거리는 잔고와 퉁퉁부은 다리

언제나 늦어지는 퇴근길엔

흑백의 바람이 불어

까슬거리는 모래알처럼 따가운 바람이 불어

해결할 수 없는 꺼끌거림에 몸을 털어대며

힘없는 다리로 비척비척


시끄러운 흑백의 세상을 닫으면

문을 닫으면


보라색 나무 한 그루

그 그늘

파랑 바람이 불고

꽃분홍 향기가 나고

나뭇잎 사이로 금빛 하늘이 보이고

마시멜로우같은 흙이 락 사이로 말캉거리고

보라색, 나뭇잎들 부딪히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오면

소리가 소리를 삼키고

모든 것이 정지될 듯 아득한 고요 속에

투명하고 보드라운 물 속에 떠 있는 듯

숨막히게 롭고 조용한

보라색 나무를 꿈꾸는 잠


문을 닫으면

문을 닫아 버리면


2020 그림


이전 09화 술에 취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