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마음챙김의 여러 가지 방법론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진행을 하다 보니 명상가, 요가 강사, 명상 연구가를 자주 일에서 만나게 된다.
직업이 주는 이미지 때문일까, 누구보다 여유로울 것 같은 이들도 '일 모드' 일 때는 밖에서 보는 것만큼 느릿느릿하고 여유가 넘치지만은 않는다는 걸 이들과의 만남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조급한 '일 모드'를 보며 때론 이들의 명상 능력치에 대해 못 미더운 시선을 보낸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기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지, 아니면 혼란스러움에 동승하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상지도자 과정을 마친 후 다음 기수 수강생들을 위해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분기별 회의 준비를 위해 몇 사람이 모였다. 이 업무를 전담하던 코디네이터가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둔 터라 운영 측에서는 부담감이 상당해 보였다.
회의 진행 순서와 시간 배분을 하는데, 두 시간 회의 동안 할당된 각각의 순서 시간을 합치니 90분이었다. 회의라는 게 생각보다 늘어지게 마련이니까 여유 시간을 두었나 보다 하고 있는데. 운영 측에서는 계속해서 시간이 없다며 어디서 시간을 줄여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거다.
내일 회의 2시간으로 알고 있고, 현재 우리의 계획은 90분인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모자라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잠시 멘붕이 온 표정을 지었다. 90분인데? 분명 90분인데?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우리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회의 안내 메일과 내부 자료를 찾아보더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회의 진행 순서에 뭘 추가해야 하나? 하며 다시 불안 모드로 진입하려는 것 같았다.
그를 붙잡았다. 실제 회의 진행을 해보면 늘 계획된 시간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너무 빡빡하게 계획을 짜면 누가 말이 늘어질 때, 초조함이 마음에 들어차서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빠뜨린 게 아니라면 이렇게 여유를 두고 내일 회의에서 조금 유연하게 대처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제야 그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고맙다는 말을 하는 그에게 "일 할 때, 항상 나는 너의 입장이었거든"이라고 말해주니 크게 소리 내어 웃는다.
나 역시 시간에 쫓길 때가 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을 것만 같아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뭐라도 하나 더 해놓고 싶은데, 그게 막상 내 뜻대로 안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좁은 마음을 꽉 채워버릴 때가 있다. 그때 해야 할 일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인지, 혹시 착각이나 강요된 믿음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모든 일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의 착각으로 내 마음의 불안 버튼을 누르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해야 할 일의 목록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 멈춤의 시간을 낼 틈이 없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쫓기는 기분이 들 때 특히나 더 멈추고 돌아봐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정말 시간이 없는 건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건지, 그렇게 살펴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착각에서 비롯된 내 생각이 멋대로 질주하는 것을 막아준다. 여유는 있어서 부리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에서 중요시하는 세 가지 행위, 멈추고(Stop), 일단 숨을 들이쉰 다음(breathe) 생각해보는(think) 것은 누구에게나 한정된 하루라는 시간을 근거 없는 불안에 빠져 헤매는데 보내지 않기 위해,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들어 주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