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무용론'에 대하여
마음챙김의 힘을 믿고 있지만, 모든 일을 마음챙김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되도록 다양한 시각에서 마음챙김을 바라보려 한다. 관심있게 보는 것 중 하나는 소위 ‘마음챙김’ 무용론이다.
의식적 알아차림이 오히려 행동에 방해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는 것도, 마음챙김'이 자본가에 의해 사람들을 좀더 효율적으로 착취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논조의 <마음챙김의 배신>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이 MBSR의 마음챙김 방법론을 이른바 '맥도날드 마음챙김(McMindfulness)'이라 불러, 꽤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도, 나아가'마음챙김' 자체가 실체가 없는 믿음을 파는 소위 '사짜'들의 허황된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목소리들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마음챙김을 협소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점이다.
마음챙김의 ‘지금 여기의 알아차림’이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은 구분되어야 한다. 24시간 내내 각성 상태로 사는 것은 우선 불가능하고, 마음챙김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과도 거리가 멀다.
의식적 알아차림이 행동에 방해가 된다는 연구에서는 골퍼를 대상으로 스윙 인식 실험을 했다. '나의 잘못된 퍼팅 방식을 알아차리는 것이 스윙 교정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골퍼에게 필요한 알아차림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자세나 스윙 방식이 초래하는 나쁜 패턴을 알아차리고 그 패턴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어나가려는 노력 자체이다. ‘알아차림’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스스로의 행동에 제약사항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일명 ‘건포도명상’으로 알려진 ‘마음챙김 식사(mindful eating)’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심코 입에 밀어넣고 있는 음식을 마치 세상에 태어나 처음보는 것처럼 이리저리 관찰하고,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음식의 재료가 내 앞에 오게된 과정을 생각하는 것이 이 명상의 기본 진행방식이다. 매일 이렇게 식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고, 이런 방식으로 식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다면 아마 진공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마음챙김 식사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면, 이 활동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음을 미리 알려주고, 하루 세 끼를, 식사 전체를 ‘마음챙김 식사’방식으로 해결하라고 강권하지 않아야 한다. 마음챙김 식사법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음미하지 못한채 마구 밀어넣는 식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하는 것이지, 한 그릇을 모두 비울 때까지 모든 반찬을 살펴보고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실제로 마음챙김 수양회에서 mindful eating 을 진행할 때는 식사를 시작하기 전 충분히 설명을 한 후 본인 앞에 놓인 음식 중 하나를 선택해 1-2분 여의 짧은 시간동안 오감을 활용해 관찰하고 재료에 얽힌 스토리를 생각한다음 음식을 내 앞에 오기까지 수고해준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떠올린다음 먹기 시작한다. 길어야 15분을 넘지 않고, 참여자들끼리 방금 한 활동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며 나머지 식사를 한다.
마음챙김의 효과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나오게 된 배경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마음챙김’이 일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영원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함부로 ‘처방’하는 무리들이 분명 존재한다.
가만히 앉아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도대체 없는 사람들에게, 가진자들의 ‘고오급’ 취미생활 코드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 마음챙김은 ‘마음속 도구상자’를 채워가는 일이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생각의 흐름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가만히 관찰한 다음, 무심코 행하던 나의 버릇이 초래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내가 바라는 나’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나를 돕는 일이다.
'마음챙김' 무용론 못지않게 조심해야 할 것은 '마음챙김 만능론'이다. 명상을 하고, 내마음을 들여다본다고 해서 내가 하지 않은 일들의 결과를 내가 가질 수는 없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마음을 챙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챙김'으로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챙김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을 '열린'마음으로 읽어보는 것, 그래서 그때마다 내가 갖고 있는 ‘마음챙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실제로 명상을 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