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31등 나라가 자살률 1등 나라에게
스페인에서 한 정치인에게 어느 한 기자가 묻는다.
"수영장을 지어야 한다면, 유치원과 감옥 중 어디에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감옥이죠!"
"도대체 왜죠?"
"그야, 내가 거기 언제 들어갈지 모르니까요!"
위와 같은 일화가 있을 정도로 스페인은 정치인 부패가 매우 심한 나라이다. 이런 대화를 나누던 지난해 6월, 정말 우연하게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자살소식이 한국에서부터 들려왔었다. 스페인 친구들에게 사건의 경위를 자초지종 들려줬더니 하는 말,
"그렇다고 왜 자살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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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도 조금 조심스럽다. 사건의 경위가 어떻게 되었든 한 국민이 자살을 했다는 것, 이와 동시에 윤리적으로 범법행위 여부에 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내가 함부로 논할 수 없고 또 논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내가 스페인 친구들의 위와 같은 반응을 보면서 상기되었던 생각은, '정말 한국인은 너무 자살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27개 OECD 국가 중 자살률 1,2위 국가이다. 자살을 하는 계층은 다양하다.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연예인, 최근에는 LH 사태로 인한 전 직원 등을 포함한 일반 회사/공무원 등 매우 다양한 직군에서 자살이 이루어지며, 최근에는 20-30대 청년들, 70대 이상의 노인들, 10대 어린 학생들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자살소식은 자주 들려온다.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으로 상징되는 마포대교에는 자살방지를 막기 위한 문구가 2012년부터 설치되었지만, 통계에 따르면 마포대교에서의 자살건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한국을 '자살공화국'이라고 칭하고 있다. 한국인의 자살 이유는 다양한 것이 있겠지만 '사회로부터 받는 혹은 받게 될 질타'를 이기지 못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국사람들이 '남들이 뭐라 하는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반면 스페인 사람들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스페인 주변 지인들에게, 한국의 높은 자살률 및 타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 질타, 댓글 문화(?)를 설명하자, 그들은 그렇게 인터넷 댓글창을 통해 질타하고 비난할 시간에, 햇빛을 쬐거나 맥주나 한잔하며 나의 소중한 현재, 지금 이 순간을 더 만끽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OECD 회원국 기준 한국은 자살률 1위를 찍을 동안 스페인은 31위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자살은 자신의 삶, 인생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얼마나 믿고 묵묵히 위기를 이겨내는지 등 자존감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인 개인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매우 낮다. 내가 생각했을 때 삶의 만족감이 낮은 가장 주요한 원인은, 삶의 기준을 '나'에 두지 않고 '사회'에 두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떤 대학을 나와야 하고,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하고, 어떤 집/동네에 살아야 한다는 등의 사회에서 규정해주고 있는 성공의 기준들은 한 개인을 천편일률적으로 정의해버린다.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패배자가 된 것 같고, 사회, 혹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내 인생의 성패가 좌우되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자살이 일어난 경우에는 반드시 '구조적인 문제', '사회의 잘못'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최근에는 유명인사들의 죽음뿐 아니라, 노인들의 자살문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10대 학생들의 자살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이 사건이 개인의 문제였는지, 사회구조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다양한 전문가들을 두고 고민한다고 한다. 또한 당사자의 어린 시절은 어땠고 어떤 시그니처 한 사건이 있었으며, 이를 학교나 회사, 집에서는 어떻게 대처했어야 했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오랫동안 미디어를 통해 노출시킨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개인에 대한 지나친 가치판단과 간섭과 욕, 질타를 거두고, 개개인 인생의 다양성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한국 포털사이트에서의 댓글창 삭제는 매우 긍정적인 전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5월에 가장 많은 한국사람들이 자살했다고 한다(2019년 기준, 중앙자살예방센터 자료). 4월도 어느덧 반이 지나 5월로 향해가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자살률이 줄어들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