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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윤 Oct 04. 2020

¡스페인 전 국민이 하나 되는 1주일!

남녀노소가 함께 만들어가는 "세마나 산타"


  스페인 문화를 정의할 때 많은 사람들이 투우, 플라멩코 등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1년 반 이상 스페인에 살아본 기준에서 생각해 볼 때, 그야말로 스페인은 '잔치'의 나라다!!!

스페인에는 매일매일이 피에스타(fiesta;우리나라로 번역하자면 '잔치')이다. 밤에 놀러 간다는 뜻의 표현에서 이미 잔치가 들어간다(salir/ir de fiestas ; 즐기러 나간다). 실제로 매일 이루어지는 술 문화로서의 잔치뿐 아니라 국가적, 주/도로 주관되는 다양한 축제, 잔치 행사들이 1년 내내 진행되는데, 그중에서도 상반기에 가장 눈여겨볼 잔치는 : 세마나 산따(Semana Santa ; Holy Week ; 성 주간)이다.


스페인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한국말로는 '성 주간(Holy Week)' 또는 고난주간으로 해석되는데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을 묵상하는 시기라고 한다(위키백과) 요일별로 상징하는 뜻이 다른데, 내가 참석했던 2019년에는 4월 14일(일)부터 24일(일)(8일간)까지 열렸다. (2020년에는 코로나 19로 대부분의 세마나 산따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세마나 산타는 스페인 전 지역에 걸쳐 열리는 축제이다. 일주일 내내 종교 행렬이 이어지는데, 이 행렬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각 성당(iglecia - corbadía)에서는 1년 내내 준비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진두 지휘자(capataces)의 지휘 하에, 꼬스딸레로(costalero; 행진상을 어깨에 지는 가마꾼), 연주단(banda de música) 등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마나 산타 기간 내 2-3시간 동안 거리에서 진행되는 행진을 위해 1년 혹은 가족 대대손손 연습해오고 있다 한다.

2019년 세비야 세마나 산타 행진 전경

  세마나산타 기간이 되면 '마니아층'들이 가장 좋은 목을 차지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좌석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하고, 세마나산타 '전문가'들은 어디서 봐야 가장 잘 볼 수 있는지, 또 어떤 행렬이 가장 볼 만한지를 다 꿰고 있다. 어린 친구들은 사실 세마나 산따에 대해 상대적으로 열정이 적긴 하지만, 적어도 세마나산타 기간이 국민 모두가 다 같이 즐기는 축제임은 공명하고 있다. 그 정도로 세마나 산타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한국의 설날 또는 추석과 같을 정도로 중요한 행사이다.

2019년 그라나다 중심거리에서 진행된 세마나 산타 행진

  여기서 스페인 사람들에게 '축제'와 '잔치' 개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한국말로는 '축제'로 여기서도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상대적으로 세마나 산따는 '잔치(스페인어로는 fiesta)'에 가깝다. 다시 말해, 스페인어로의 'festival'은 한국말로는 '축제'이긴 하나 인식하기로는 클래식 공연, 연극 등으로 구성된 공연예술축제에 가깝다. 즉, 'festival(축제)'보다는 'fiesta(잔치)'를 즐기는 문화가 스페인에 만연하다. 타파스 문화(음료 한잔을 시키면 안주용 음식을 무료로 대접하는 문화)도 이 잔치 문화가 발달된 것에 일조하고 있다.

  세마나 산따는 스페인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데, 특히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특색 있게 열린다. 그라나다(Granada), 말라가(Málaga), 세비야(Sevilla), 하엔(Jaén), 알메리아(Alemría) 등 일주일 내내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가 세마나 산따 주간을 경험하면서 놀랐던 점은, 많은 사람들이 이 일주일, 또는 일주일 중 하루를 위해 1년 내내 열정을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연장자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아래 세대에 전달하고, 젊은 세대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배운다. 사실 한국 대부분의 축제들은, 관 주도 하에 상업적 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지역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역 사람들이 배제되는 지역축제들이 많다. 어떻게 이런 분위기 형성이 가능한 것일까, 계속 호기심이 들었다.

2019년 그라나다 세마나 산따 행진 / 오른쪽 하단에서 보듯, 실제로 30-40명의 사람들이 재단을 옮긴다. 이 행진의 예행연습을 1년가량 진행한다고 한다.

 이 연장선상에서, 세마나 산따 '주니어 버전'도 함께 진행된다. 오랜 전통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5~10살짜리 꼬마 아이들이 어른들이 진행하는 것과 똑같이, 직접 행진상을 이끌어보는 예행연습을 진행한다. 나이에 따른 단계별 교육과정이 성당마다, 또는 관련 단체마다 있는 듯하다.

 그리고 도시 내 주요 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라나다만 해도, 그라나다 세마나 산타 행진 거리 지도가 인터넷으로 배포되는데, 그라나다 중심가는 크기가 작은 편이라 축제 기간 중 어디에서는 행렬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행진 콘셉트가 요일별, 성당별 조금씩 다른 특색을 띤다. 행진 상을 꾸민 장식, 행렬 사람들이 입은 옷 색깔, 또는 행렬 콘셉트(예를 들어 '침묵' 행렬(행렬이 진행하는 동안 시에서 대부분의 도시 불빛을 끄고, 무반주로 행진하는 행렬), '알바이신' 행렬(좁은 알바이신 지구 골목 사이를 거쳐 내려오는 특징으로 유명한 행렬)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다시 강조하지만, 세마나 산타는 스페인 사람들 모두의 축제라는 것이다. 도시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이 기간 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중하게 차려입는다. 주간 내내 드레스코드가 '블랙'으로 자동 설정된달까. 그리고 학교, 관공서 등 대부분이 문을 닫고 휴가 기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 밤새 이 잔치 분위기를 즐긴다. 정말 남, 녀, 노, 소 모두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스페인은 공식 종교가 없다. 1978년 이전에는 가톨릭이 국가 종교였으나 지금은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나라(estado aconfesional)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 행사들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아니,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재미와 다양성이 더해지고 있다. 사람들의 열정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즉, 세마나 산타와 같은 축제(잔치)는 종교적 행사에서 나아가 '스페인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즉, 스페인 국가가 갖고 있는 고유의 전통이 대대로 효과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은 것 같다.

세마나 산타를 즐기는 모습. 8일 내내 남녀노소, 일상거리에서 다 함께 이 축제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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