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이라고 하기까지는 그렇지만 외향적이지도 않은 '꽤 내성적인' 성격이다. 초면의 사람들에게 금세 적응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한동안 어색한 순간을 이겨내야 비로소 남들만큼의 친밀도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성격 때문에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 편이라 여행도 나 홀로 여행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고 거의 사랑 비슷한... 아! 소울메이트다. 영혼의 단짝.
이렇다 보니 내 여행은 나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
9시 전에는 꼭 숙소로 돌아가고 보통 게스트하우스에서 많이 열리는 파티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다음 날의 컨디션에 민감해서 여행지에서도 일찍 자는 편이기도 하고. 여행 중에는 인간관계에 부단히 노력하고 싶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인데 낯선 누군가와 친해지려고 할 말을 생각하고 분위기에 스며들고자 노력하는 순간이 적어도 여행 중에는 없게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덕분에 해가 지면 혼자 조용히 잘 준비를 하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느긋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이 매일 충분하다. 이쯤 되면 외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나의 여행은 대략 이런 순간들이 흔하다.
1. 제발 BGM이라도 크게 틀어주세요.
낯 가리는 나조차도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조용한 장소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장소가 가게가 되면 조금 민망할 때가 있다. 작은 개인 카페나 소품샵을 갈 때 특히 그렇다. 들어가면 조용한 공간에 직원 한 명(대체로 작은 규모의 개인 카페와 소품샵은 직원이 한 명이다.)과 나만 있게 되는데 메뉴를 고를 때나 제품을 볼 때 꽤 부담스럽다. 물건을 집을 때마다 왜 내 손을 쳐다보는 것인지. 살 물건이 없어서 그냥 나가고 싶을 때면 그 타이밍을 쟤게 된다. 심지어 공간에 BGM도 안 나오고 있으면 총체적 난국. 나 언제 나가?
2. 파티 게스트하우스는 예약하지 않는 이유
앞서 언급했다시피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는 참석하지 않는 편이다. 파티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혼자 여행할 때는 혼자이고 싶어서이기 때문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처음에는 파티 게스트하우스를 혼자 예약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 저녁이 되면 스텝이 물어본다.
"파티 참석하실래요?"
"네?..." 머뭇거리면 스텝이 한 마디 더 얹는다.
"같이 맛있는 거 먹어요!"
"아, 피곤해서..."
그렇게 물어본 사람도 권유받은 사람도 머쓱해지는 순간이 지나 혼자 숙소에 남으면 뭔가 참석해야 하는데 혼자 어긴듯한 괜한 감정이 든다. 스스로가 불편해지는 이런 감정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파티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꺼리는 경향이 생겼다. 역시 파티 참석여부는 문자로 받는 것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최고다.
3. 저 단골인데!
특정 지역은 워낙 자주 가서 단골이다시피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제주도에 애정 하는 카페들이 많아 갈 때마다 공간도 사장님도 반가운데 그 반가움을 표현하기 쑥스럽다.
"사장님~저 또 왔어요! 여름에도 오고 저 여기 제주도 올 때마다 오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매번 실패. 다른 분들은 인스타그램 보니까 친한 사이가 되고 그러던데. 나도 그 정도로 자주 오는데 먼저 말 거는 게 어찌나 어려운지.
진짜 힘겹게 딱 한 번 말했는데 말할 때 긴장했는지 가게를 나오고 나니 주인분이 뭐라 했는지는 기억도 안 나고 오히려 민망해져서 다시 올 수 있을까-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단골이라 말하고 단골 명단에서 빠지는 이상한 결론.
이렇게 혼자 전전긍긍할 바에는 여럿이 가지-싶을 수 있겠지만 이상하게 이런 순간이 매번 반복되어도 혼자 떠나는 여행이 좋다. 어떠한 타협과 틀도 없는 무한한 자유로움이 있는 나 홀로 여행에 이런 순간쯤이야! 말 그대로 순간만 넘기면 또다시 자유가 찾아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