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무나 오래되어 언제인지 의식적으로 기억을 더듬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그 기억을 찾아보니 2014년쯤 만들어졌다는 것을 대강 알 수 있었다. 꽤 오래된 시간동안 이 단어를 써온 것인데 쓰면서도 열심히 붙이기만 해 봤지 왜 내가 여행덕후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을 안 해봤다.
남들보다 여행을 많이 좋아하니까? 단순히 여행에 대한 선호도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가 아닌데... 누군가 추측할 때마다 시원하지 못했지만 스스로도 정의하지 못하면서 남들에게 명확한 답을 바라는 것은 심각한 오류 아닐까. 그래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네가 왜 여행덕후인지. 어떤 생각과 마음들이 모여 네 글자로 나를 표현했는지. 그리고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여행에 몰두하는 사람
여행덕후 외에도 항상 스스로를 설명할 때에 꼭 넣던 문장이 있다.
'저는 여행으로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 꿈이자 목표인-'
한 줄이든 여러 문장이든 항상 이 문구를 넣어오고 있는데 이게 결국 덕후가 아닐까 싶다.
덕후라는 뜻은 현재에서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오 맞아! 나는 여행에 몰두하는 사람이야!
전문가 이상인지는 어느 전문가와 비교해본 적이 없지만 언제나 기승전 여행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참 잘 맞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업, 여행블로거를 다 제외하더라도 일정이 없는 빈 날을 볼 때면 제일 처음 하는 생각은 '어디 여행 갈 곳 없나?'이고 새로운 계절이 오고 있음을 느끼면 '이 계절에는 어디로 여행을 가지?'이니까.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내 여행은 끝이 나지 않는다. 사진을 편집하고 정보를 타인에게 공유하고 콘텐츠화 할 때까지 여행이 계속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인데 콘텐츠 기획자로써도 이런 기분을 느끼는 네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후의 사전적 정의와 의미의 변화
필연적인 관계
여행이 주는 산물은 때때로는 인생도 바꾼다. 그렇게 여행 덕분에 바뀐 인생 중 하나가 나이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압축시킨 무언가다. 여행지가 처음 간 곳이든 N번째 간 곳이든 갈 때 마다 다른 모습,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어떤 것보다도 경험을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런 경험을 먹고 자라 지금의 네가 되었다. 내 직장, 취미, 성격, 가지고 있는 가치관, 그리는 미래 어느 것 하나도 여행의 영향 밖인 것이 없다. 그런 네가 어찌 여행을 보통 좋아할 수가 있을까.
주변에서 여행을 자주 다니는 네가 신기하다 하지만 필연적인 결과였던 것이다. 아 이런 것을 보고 운명이라고 하나보다.
어쩌면 종교
여행을 꾸준히 다니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글자일지도 모른다. 물론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은 글쎄. 딱히.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아주 가끔은 잘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떠오르곤 한다. 나도 돈에 시간에 구애받는 평범한 20대 직장인이기에. 그리고 하고싶은 일만큼 중요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존재하니까. 그래야 네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곳이 생기니까. 현실에게서 자유로운 여행자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여행은 돈보다 용기의 문제라고 하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돈이 있어야하는 것은 맞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여행은 일종의 종교다. 힘들 때마다 기대고 여행 안에서는 마음이 안정되고 현실로 돌아오면 또 다시 여행을 가고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어 또 여행을 갈 때 까지 열심히 일상을 버티고 살아내게하는그런 종교 말이다.
개인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런 만큼 나 또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큰데 훗날 그 많은 단어들 중 가장 주축이 되는 단어나 '여행덕후'였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여행에 몰두함으로써 시작되었으면 좋겠고 여행에 대한 간절한 태도로부터 발전된다면 더 할나위 없는 인생이 될 것 같다.
이렇게 글로 '여행덕후'에 대해 생각해보니 여행은 거대한 우주이기도 한 것 같다. 그 안에서 여러 행성과 별, 블랙홀 등 무수히 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서로 부딪히며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존재이고 앞으도로 그랬으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