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
현재 제도상으로는 시험관 시술 당일 여성 ‘혼자서’ 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회사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병가(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진단서 또는 진료확인서 등 병원기록사항이 필요하다. 그러나 난임의 경우에는 제도적으로 예외사항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독감, 코로나 등을 예로 들면 병원에 동행한 보호자까지도 진단서를 떼어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애는 여성 혼자 낳는가, 아니라는 말이다.
난임 병원에서 진행하는 주요 시술 방법 두 가지를 먼저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인공수정은 정자를 자궁 경부에 주입하여 자연적 수정을 돕는 방법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덜 침습적*이다. 한편, 시험관(체외인공수정)은 과배란 유도 후 다수의 난자를 한 번에 채취하여 외부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한 뒤 자궁에 착상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보다 침습적이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시험관은 또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신선배아 이식방식(단기요법)은 난자와 정자 채취 후 3~5일 동안 배양 과정을 거쳐 바로 자궁 내막에 이식하는 시술을 말한다. 둘째로, 냉동배아 이식방식(장기요법)은 배양 과정을 거친 배아를 질소 탱크에 동결해 놓고 추후 필요한 시점에 해동해 배아를 이식하는 시술이다. 난소과배란증후군으로 복수가 차는 등 부작용을 겪는 여성의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안전상 문제로 바로 신선배아를 이식할 수 없고 냉동배아 이식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정리해 보자면, 인공수정은 시술 당일 부부 둘 다 병원에 방문해야만 시술이 가능하다. 시험관은 신선배아 및 냉동배아 이식 모든 경우, 채취일에는 부부 모두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시술일에는 부부 중 아내만 병원에 방문하면 된다. 다만 병원에서는 “시술 당일에는 아내는 자가운전을 피해야 하며, 착상 시점 전까지 1~3일 정도 절대적 안정을 취해야 한다”라고 안내한다. 이로써 모든 과정에서 시험관 시술 당일과 그 이후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술일에 병가를 낼 수 없는 남편은 여차 저차 회사에 설명해 가며 연차를 써야지만 아내의 보호자로서 병원에 함께 갈 수 있다.
회사의 제도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난임 병원의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남편들은 소외된다. 남편은 아내와 함께 병원 진료실에 들어갈 수 없다. 매번 운전해 주고,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며 앉아 있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처음 진료받는 여성들도 시험관 시술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의사의 진찰 과정에서 오고 가는 내용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남편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불친절한 의사를 만난 경우, 환자에게 최종 결정만 알려줄 뿐 상세하게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소통의 오류는 더욱 심화된다.
“배아 이식 두 개도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안 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줘요!”
“아니, 시간 내서 왔는데… 오늘 이식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아씨…”
진료 대기실에서 남편들이 화를 내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하곤 한다. 처음에는 보호자로 와서는 병원에서 성질을 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아이를 원한다면서… 저렇게 나쁜 마음을 써야 할까?’ 그런데 이제는 소외된 그들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따금씩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부분이 있다.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불안하고 예민해지고 힘든 건은 아내뿐만이 아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지탱하고 있는 남편도 힘들다.
현재 법과 제도, 사람들의 인식 수준으로 과연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실제로 2025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 일/가정 양립 측면에서 출산휴가, 육아휴직, 가족돌봄휴가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또한,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 측면에서 난임 치료 휴가를 연간 6일(유급 2일)로 확대한다. 그런다 해도 난임부부와 그중 특히 남편들의 소외감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난임을 경험해 본 사람들만 알아챌 수 있는 정책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주석]
*검사용 장비의 일부 따위가 체내 조직 안으로 들어가는 것(侵襲的)
[출처]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3대 핵심분야 총력 지원 + 사회인식 변화 노력 강화 | 고용노동부 (moe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