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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셋째딸 Dec 15. 2020

고칠 수 없는 병입니다

최악의 상황

실망이 거듭될수록 낫고 싶다는 바람은 더욱 강렬해졌다. 마치 헤어지자는 연인을 붙잡는 심정과 같다고 할까? 


그날도 일말의 기대를 품고서 주사를 맞으러 갔다. 의사도 잘 낫지 않는 상황이 답답했던지 주사를 놓고 나서 승모근 스트레칭을 가르쳐주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빌어야 하는 강도 높은 스트레칭이었다, 나중에 이 스트레칭을 다른 의사에게 보여줬더니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쨌든 그날 밤, 의사가 가르쳐준 스트레칭을 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목과 어깨 어딘가의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슴 근육이 아프다 못해 겨드랑이, 배까지 너무 아파 잠에서 깼고, 처음 맛보는 통증을 느꼈다. 나의 두통이 전신의 병으로 드라마틱하게 발전하는 순간이었다. 


틈만 나면 맞고 다닌 주사 때문이었을까. 과도한 스트레칭 탓이었을까. 나의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이 원인이었을까. 정확한 원인은 지금도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날부터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나마 ‘참을만한 통증이니 내 경우는 긴장성 두통이야’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머리는 물론이고 얼굴, 목, 등, 발바닥도 아팠다. 한 자세를 오래 하고 있지도 못했다. 몸이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거실을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어렵게 찾아간 대학병원 의사는 내 증상을 듣더니 말했다. 


“섬유근육통입니다. 이건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여기 치료하면 저기가 아프고 저기 치료하면 여기가 아프기 때문에 고칠 수 없는 병입니다.”


진료실을 나와서 남편과 통화하며 한참을 울었다.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리다니, 해볼 수 있는 게 없다니. 

차라리 암이 낫겠다. 그건 수술이라도 해볼 수 있을 거 아니야. 아픈데 죽지도 않는다니 더 심한 것 아닌가? 

이런 경솔한 생각도 했다. 


섬유근육통이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유 없이 아픈 병’이다. 혈액 검사도 정상이고 MRI 상 척추에 문제도 없는데 환자는 심각한 통증을 느낄 때, 거의 마지막으로 진단되는 병이 섬유근육통이다. 원인을 모르니 고칠 수도 없는 병으로 분류되는가 보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만성적인 전신성 근육 뼈대 계통 통증과 경직감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일차적으로 통증 증후군이나, 다양한 신경정신증상들과 관련이 있어 피로, 개운치 못한 수면, 인지장애, 불안, 우울증 등이 나타난다. 



경험자로서 적절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저 위에 나온 증상들을 모두 겪었으니까. 

그런데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하나의 문장이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온다.     



우선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불안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나를 안심시켜줄 누군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기다렸던 나.

그때로 돌아가 나를 꼭 안아주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안심해. 넌 꼭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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