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가방 두 개, 9년

10장. 여전히, 살아가는 중

by hellomonkeystar

이제 나는 한국에 있다.
많은 시간을 돌아왔지만,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해졌다는 표현보다는 —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집에 머물며 지낸 지난 2년은
마치 내 인생의 ‘쉼표’ 같았다.
한없이 눕고 싶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었던 시간.
그 시간 동안 나는 울기도, 분노하기도, 멍하니 창밖을 보기도 했다.

많이 싸웠고, 많이 후회했고,
그러면서 조금씩 나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갔다.

지금 나는 프리랜서로 일한다.
예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부족해도,
이 일을 통해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고, 작은 가치를 만든다.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주말에는 아이들에게 과외도 한다.
가끔은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삶엔 내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게 중요하다.

여전히 미래는 불안정하고,
가끔은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지금은 떠나는 대신, 여기서 버티기로 했다.
떠나는 것보다 남는 게 더 어려운 일이란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누군가는 이 삶을 실패라고 말할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는 회복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쪽도 아닌,
단지 ‘살아내고 있는 삶’이라고 부르고 싶다.

조용히 일어나,
다시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그렇게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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