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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원 Nov 13. 2019

나는 착한 사람인가, 아님 너무 나쁘진 않은 사람인가.

착함과 호구에 관하여


나는 요즘 내가 나를 잘 모르겠다. 나는 착한 축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굳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 이유가 고작 주변인들의 나를 향한 편파적인 평판과 그저 지킬 예의는 지키며 산다는 그저 그런 자부심 하나뿐이었다. 요즘 나는 그 신념이 사람을 대하고 마주할 때 자주 삐걱거린다. 사람과 사람의 괴리를 느낄 때마다 비참할 정도로 울고 싶은 감정이 든다.




내가 일하는 카페에서 누군가는 주문을 하는 도중 방금 말한 음료 말고 다른 음료로 변경하는 것 하나에도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를 하는데, 누군가는 계산할 때 동전을 던져주거나 카드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마치 팁을 주는 듯이 튕겨서 준다. 또, 누군가는 들어올 때부터 음료를 받고 나갈 때까지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 누구는 인사 한마디 없이 들어와 우리의 인사도 무시한 채 주문 시 꼭 대답해야 할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는다. 누구는 이것 좀 먹어보라며 달라고 하지도 않은 간식거리들을 나누어 주고 가는데, 누구는 다른 곳에서 가져온 쓰레기들을 갈래갈래 찢어 테이블 위에 흩뿌리듯 버리고 가버린다. 누구는 음료에 시럽을 넣다가 약간만 흘려도 미안하다며 자신이 닦겠다고 휴지를 찾고 누구는 음료 한 컵을 모조리 바닥에 쏟아도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저거 쏟았으니 치워달라며 당당히 요구하고 내가 쪼그려 앉아 자신이 흘려 더러워진 바닥을 닦을 때도 자리에서 일어나 주거나 비켜주지도 않고 다리를 꼬고 앉아서 발 조차도 치워주지 않는다.




세상의 격차를 느낄 때마다 나는 버거워진다. 나는 그들을 모두 상대하며 누구에겐 상냥하게, 누구에겐 찡그리고 언짢은 듯한 말투와 표정으로 대한다. 그 속에 일어나는 나에 대한 괴리도 참기 힘들다. 나 조차도 너무 고분고분하면 호구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막상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사람들은 불편해지는 모순 속에 난 어느 축에 속하는 사람인지 장단을 찾기가 힘들다.


과연 나는 착한 사람인지, 아님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는 사람인지, 그것도 아님 그냥저냥 아주 나쁘지는 않은 사람인지. 그것 또한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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