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냄새
그날, 나는 카페에서 느꼈다.
오후 2시 무렵, 출입구 두 군데가 양쪽으로 활짝 열려있었다. 조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은 심상치 않은 구름으로 갑자기 어둑어둑해졌고, 시간을 알기 힘든 그런 날이었다. 바쁘게 지나가는 행인들과 대비되게 카페 안은 나와 카페주인 두 명뿐. 그녀는 테이블에서 떨어진 주문대에. 난 검게 칠해진 테이블들 사이에 홀로 앉아있었다.
창밖 가로수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 바리스타'가 쓰여있는 카페 현수막도 미세하게 흔들린다. 왜 저 위치에 저런 게 걸려있는지 모르겠는, 전선에 달린 긴 노끈이 좌우로 흔들린다. 바람이 미세하게 불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난 지금 해변가에 있는 기분이 들까. 조금 의아해졌다.
바람이 내 목덜미에 스칠 때 '후우' 들이마시는 숨에, 짭조름한 냄새가 났다.
따뜻한 소금기 있는 부드러운 미풍이다. 이 바람은 수키로 아니 그 이상 떨어진 해안에서 불어온 걸까.
나는 내 노트북을 바라보며, 바닷가 앞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오래전 살았던 외국의 해안가 마을, 작은 항구에 정착해 있는 낡은 간판을 달고 있는 고깃배들, 그리고 덥수룩한 수염의 세월만큼이나 그을린 선장들.
'쉬이~~ 쉬익' 하고 이번엔 큰 바람이 일렁인다.
이번엔 내 목덜미에 작은 소름이 돋는다. 처음과는 다른, 차가운 심해에서 얼어붙은 바람결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어서, 파도가 보인다. 큰 너울이 일렁이고 있다. 그 위에 몇 척의 어선들이 크게 출렁인다.
저 멀리 해안선에서 시작된 파도가 한차례 또 들어온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지평선에 어두움이 깔린다. 넓디넓은 바다는 짙은 인디고색과 흰색 포말들이 수시로 소리를 내며, 찰싹이다가 하나로 합쳐진다. 그때, 나는 오후 3시 도시의 카페에서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타닥타닥' 치는 중이었다. 하지만 내 코끝에, 목에 닿는 바람은 날 이곳이 아닌 먼 곳으로 데려갔다.
한 시간 흘러도, 손님은 여전히 없다. 카페주인은 어딘가에서 올 손님들을 기다린다. 크림색 조 명 뒤로, 앤틱 스피커에서는 재즈풍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엔 바다가 와있다. 나 홀로 바다를 보고 있다. 이 파도를 맞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