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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시선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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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정과 열정사이 Oct 02. 2024

유리주전자

토달토달 소리가 난다

물이 끓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본 적 있나요?

가스레인지 위 불이 끓는다, 유리주전자가 조금씩 들썩댄다.

"토달. 토달토달. 토달, 토토다다.토다알"

'부글부글'아닌 '토달토달' 소리가 났다. 토달토달이라...., 몬가 생소한 소리 의성어 아닌가 싶어, 호기심에 네이* 검색창에 쳐봤다. 그랬더니, 토마토 달걀볶음 레시피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 줄임말.., 이구나' 토달을 굳이 검색한, 나 자신이 어이없어져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오후 5시를 이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투명한 유리주전자안에 샛노오래진 물이 보인다. 주전자안, 호흡기에 좋다는, 작두콩 조각들이 빙그르르 급한 듯 춤을 추고 있다. 나는 멀리서 보며 언제쯤 불을 꺼야 맞는 건가 생각했지만, 정해진건 없겠지 싶어 불 앞으로 다가간다. 그사이에 물색이 좀 더 진해진 엷은 맥주색같이 진해졌다.

유리 주전자는 점점 빠르게 들썩였다. "토다다다다! 토다다다다다다!" 하면서,

이젠 제발 불을 꺼달라는 듯 외치고 있다.


우리 집엔 벽시계가 없다. 아니, 아무 시계가 없다. 이상하게도.

난 휴대폰은 안방에 있음을 기억하고, 

유리주전자를 일분쯤 가만히 노려보았다.

주전자 불을 꺼야 할까. 이젠 정말?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적.

......................,


몇 초일까, 아님 일분쯤 인가

생각의 흐름이 어디선가 끊겼다.



 "토달토달, 토토토토타타타탙탈"


앗차! 다시 한번 구조를 외치는 소리에,

난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이제야 귀에 소리가 들어왔다.가서 불을 재빨리 끈다.  

이상하다. 낯선 시간의 공백이 생겼다.

그때, 나는 어딜 가있던 걸까.


주전자를 보고 있었지만,

난 거기에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유리주전자 뚜껑을 열자, 하얀 수증기가 기차같이  '씌익'하며 뿜어져 나왔다.

주전자 표면은 송송 맺힌 이슬같은 물방울들.


'아 다행이다. 물이 확 졸지 않아서...'


나는 석양이 지기 전, 그 고요한 주방을 기억해 본다.


"토달 토달"소리가 나는 투명한 유리 주전자가 있던.


그 소리는 무언가 힘이 있었다.

가만히 가만히, 계속해서 듣고 싶은 소리.  


10월 그윽해진 황금빛을 머금은, 작은 키친. 저녁 해가 지기 전 무렵의 알 수 없는 정적감.

그 가운데 나는 어디론가 잠시 사라졌다가 소리와 함께 돌아왔다.


돌아오니 무언가 변해있었다.

그건 나인지 이 공간인지 주전자의 환영인지는 난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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