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아닌 '토달토달' 소리가 났다. 토달토달이라...., 몬가 생소한 소리 의성어 아닌가 싶어, 호기심에 네이* 검색창에 쳐봤다. 그랬더니, 토마토 달걀볶음 레시피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 줄임말.., 이구나' 토달을 굳이 검색한, 나 자신이 어이없어져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오후 5시를 이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투명한 유리주전자안에 샛노오래진 물이 보인다. 주전자안, 호흡기에 좋다는, 작두콩 조각들이 빙그르르 급한 듯 춤을 추고 있다. 나는 멀리서 보며 언제쯤 불을 꺼야 맞는 건가 생각했지만, 정해진건 없겠지 싶어 불 앞으로 다가간다. 그사이에 물색이 좀 더 진해진 엷은 맥주색같이 진해졌다.
유리 주전자는 점점 빠르게 들썩였다. "토다다다다! 토다다다다다다!"하면서,
이젠 제발 불을 꺼달라는 듯 외치고 있다.
우리 집엔 벽시계가 없다. 아니, 아무 시계가 없다. 이상하게도.
난 휴대폰은 안방에 있음을 기억하고,
유리주전자를 일분쯤가만히 노려보았다.
주전자 불을 꺼야 할까. 이젠 정말?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적.
......................,
몇 초일까, 아님 일분쯤 인가
생각의 흐름이 어디선가 끊겼다.
"토달토달, 토토토토타타타탙탈"
앗차! 다시 한번 구조를 외치는 소리에,
난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이제야 귀에 소리가 들어왔다.가서 불을 재빨리 끈다.
이상하다. 낯선 시간의 공백이 생겼다.
그때, 나는 어딜 가있던 걸까.
주전자를 보고 있었지만,
난 거기에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유리주전자 뚜껑을 열자, 하얀 수증기가 기차같이 '씌익'하며 뿜어져 나왔다.
주전자 표면은 송송 맺힌 이슬같은 물방울들.
'아 다행이다. 물이 확 졸지 않아서...'
나는 석양이 지기 전, 그 고요한 주방을 기억해 본다.
"토달 토달"소리가 나는 투명한 유리 주전자가 있던.
그 소리는 무언가 힘이 있었다.
가만히 가만히, 계속해서 듣고 싶은 소리.
10월 그윽해진황금빛을 머금은, 작은 키친. 저녁 해가 지기 전 무렵의 알 수 없는 정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