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2) 저도 안 그러고 싶은데요.

2장: 나를 잃는 과정

by 르미오네

- 우울한 기분

그냥 계속 쉬고 싶었다. 쉬어도 쉬고 싶은 기분. 점점 더 깊이 파묻혔다.

'삶이 꽈악 막혔지? 나는 오도 가도 못하는구나. 어딘가에 갇힌 기분이 들어. 이 테두리 내에서 살아야 할 거 같은 기분..'

처음엔 퇴근하면 아 퇴근이다! 하며 기분이 바뀌었다. 놀 생각에 좋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퇴근하면 기분이 안 좋아졌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감정에 불쾌하면서 슬퍼지고 우울해졌다. 어느새 오히려 출근하면 웃는 나를 발견하고 퇴근하면 우는 나를 보게 됐다.



- 내던지기

인생에 대한 주체의식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내버려 두었다. 몸과 마음을 내 것으로 여기지 않고 인생마저 남의 인생 인양 나 몰라라 했다. 영원토록 깜깜한 우주 속에 버려진 기분이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예뻐하지 않으면서 누구의 인정, 칭찬, 사랑을 받고 싶었던 걸까? 몹쓸 자기 비하까지 가득하면서 말이다.



- 다쳐가는 몸과 마음

감기몸살뿐 아니라 응급실, 이비인후과, 심장내과, 치과 등을 전전하며 겉모습과는 다르게 꾸준히 아팠다. 치료비가 월급을 위협했다. 병원 예약 잡고 치료받기 급급해 정신없었다. 왜 자꾸 아프고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당시에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땐 몸이 아프고 근무와 치료를 병행하면서 서러운 마음뿐이었다. 몸은 몸대로 돈은 돈대로 정신은 정신대로 그렇게 모두 축나고 있었다.


생각이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서 몸이 아픈 건지, 몸이 아프다 보니 생각이 이렇게 부정적이게 되는 건지 무엇이 선후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냥 너 일하기 싫은 거지? 싫어서 이러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꾀병이야? 꾀병이지 너.’ 못된 말이 울려 퍼졌다. ‘아니야 아니야 나 진짜 아픈데..’


돌이켜보면 실제로 몸이 아프기도 했고 아픔에 몰두했던 면도 있다. 본래 통증이나 반응에 예민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아픔에 몰두하다 보니 더 몸이 아파지는 것도 같다. 부정적 감정에 에너지를 쏟고 집중하다 보니 더 부정적인 에너지가 방출되었나 보다. 결과적으로 모든 건 스트레스 독, 화독이라 생각한다. 내 몸은 스스로 독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그래서 계속 아팠다.



- 스스로 의심하고 미워하기

남들은 휴무 날에 서로 어울려 잘 노는데 난 이틀의 휴무가 있다면 그중 하루는 온전히 혼자 집에서 머물고 싶었다. ‘내가 이상한가?’ 스스로를 의심하고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주위의 남들처럼 살기로 다짐했다. 그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 했다. 어울리고 참여하기 위해 움직였다. 기분을 끌어올리고 더 밝아지려 노력했다.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나날을 지나 어느 순간 무척 힘이 들었다. ‘약해 빠졌구나.’ 이제는 스스로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 감정 폭발!

부모님 앞에서 (드디어) 울었다. 직업을 그만두면 부모님이 나에게 실망할 것이고 그러면 나를 싫어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부모님은 그렇지 않다고 답하셨다. 내뱉기 전까진 심장이 아플 만큼 힘들고 무서웠지만 입 밖으로 꺼내고 나니 어색하게도 시원히 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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