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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욤 민지 Sep 16. 2023

태백에 오르니 아빠 생각이 났다.

[일상'산'책] 함백산과 태백산을 오르며

 | 태백에 오르니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내가 어떤 도전을 하든 가장 열렬히, 그리고 묵묵히 응원해 주신다. 처음 글을 쓰겠다고 말을 했을 때에는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사주셨고, 내가 쉽게 포기하려고 할 땐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단어'라고 격려해 주셨다. 포항을 떠난 스무 살 이후부터 지금까지, 본가에 내려갈 때면 ktx역으로 늘 마중 나오신다. 한결같은 아빠의 사랑 덕분에 늘 용기를 갖고 도전하는 삶을 살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태백의 정상에 오르니, 문득 아빠 생각이 났다. 드넓고 탁 트인 정상에 우직하게 서있는 정상석의 모습은 마치 나를 품어줄 것 같은 안정감이 들었는데, 항상 묵묵히 나를 응원해 주시는 아빠의 사랑과 닮아 있었다. 내 키보다 훨씬 큰 정상석을 안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태백의 태(太)가 아빠와 같은 한자를 쓰는구나!

내가 본 정상석 중에 가장 웅장하고 멋졌다. 마치 아빠처럼!



 | Nature, Our Future!

 하산길의 왼쪽 편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계곡이 마치 강처럼 넓어 보였고,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물살이 경쾌했다. 우렁차게 흐르는 계곡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는지, 마음의 무언가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땀과 함께 마음의 노폐물도 배출된다. 비까지 내리니 운치도 있었다. 내가 봤던 계곡 중에 가장 멋졌다.

마음의 노폐물도 같이 씻겨 내려가네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산길을 걸으며


 부지런히 걷다 보니 이런 나무가 보였다. 멈춰서 사진을 찍어뒀다. 다음에 태백산에 오르면 이 나무는 이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 같아서, 이 나무를 기억해 두려고.

다음에도 이 자리에 있어주오

 인간의 생애보다 더 오래 사는 소나무가 있는가 하면, 매년 피고 지는 야생화가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꽃의 이름을 몰라서 네이버 스마트렌즈로 검색해 보았다. <투구꽃>과 <구절초>란다. 2023년 9월의 태백에 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두겠다.

9월 태백의 투구꽃(좌), 구절초(우)


 당골 탐방 지원센터 건물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Nature, Our Future!> 그렇다. 자연은 우리의 미래다. 우리가 잘 보존해야 미래에도 지금처럼 곁에서 품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르게 해석하면, 자연은 우리가 과거의 괴로움을 털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현재를 살게 해 준다. 어떤 이유든, 자연을 더욱더 사랑하기로 하며 하산 완료!

문구는 짤렸지만, Nature, Our Future!




 이번 산행에도 비가 와서 우중 산행이 되었다. 산행 내내 비가 내렸다. 그래도 함백-태백산은 길이 잘 되어있어서 등산에 어려움은 없었다. 혹자는 왜 내가 악천후에만 산에 오르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날씨 요정(?)은... 산에 가기로 정해둔 날에 비나 폭염, 강풍을 몰고 다니기 때문이다 :)


 지상에서는 더 이상 안 풀리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서울에 있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산의 매력에 빠져서 전국을 다니며 <100대 명산 완주>를 도전하게 되었다.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가 될진 모르겠지만, 암 환자들을 간호하는 의료인이자 보건학을 전공하는 석사생으로서, 등산과 달리기를 즐기는 생활 체육인으로서 건강한 도전은 앞으로도 지속해 볼 예정이다!




혹시나 산행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어요ෆ

https://blog.naver.com/mj_generation/223213407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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