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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May 26. 2024

기억

비가 내린다

비에는 너의 미소가 쌀알처럼 담겨

나는 가만히

네 목소리를 들으며 서 있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빗줄기

가렵기보다는

차갑기보다는

그리워서

가슴에 세모를 그린다


너와 내가 그렸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

지워진 조각

흔적 없는 모래 위 글씨들

빗줄기가

파도가

쓸어 간다

하나 둘 셋 넷

의미 없이 반복하는 숫자 세기

모래사장에 쪼그려


얼굴을 가린 아이

어깨까지 마구 자란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어 오이 냄새가 난다


파도가 왔다 가도

아이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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