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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Jul 17. 2024

땅이 없는 나라

소설을 읽지 말아 주세요

눈을 감으면 보이는 그 계절에

신고 있던 신발과 메고 있던 가방과

흥얼거리던 맥 빠진 콧노래를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를

목소리로 들려 주세요

규칙은 저기 그릇 위에 올려서

따뜻한 바닥 위에 놓아 두고

녹여 버리기로 해요

바다에 사는 초록의 빨강의 파랑의

풀들이 춤추듯 잠자듯 물결치듯

공기의 울림을 타고 노래하듯 들려오는

그 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당신의 시간을 훔쳤던 글자들에게

보란 듯이 들려 줘요

글자가 없던 나라에서 자라던

이야기들이 있다고

땅도 표도 통행료도 없는 나라

오직 당신의 말만이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기차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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