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방에는 벌써 며칠 째
벽이 녹고 있습니다
벽이 녹고 있는데
가족들은 아직 알지 못합니다
안네도 일기를 쓸 뿐
벽이 말랑해지고 있는 줄 모릅니다
사람과 너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안네가 적습니다
내일은 조금 더 조심해야지
유대인이라고 드러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라고
안네의 아빠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하곤 했습니다
언젠가 수염에 흰 거미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안네는 키티, 라고 적습니다
종이에는 안네의 글씨가 자라났습니다
앞으로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대신
너하고만 이야기해야겠지
키티,
내가 전보다 너를
더 많이 귀찮게 해도
이해해 줘
뭉그러지는 방 속에서
안네가 꾹꾹 눌러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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