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억 속에 머물고 싶다
오늘의 기억 속에 머물고 싶다.
해는 서서히 물러나며 바다 위에 빛의 길을 남기고,
어둑해지는 하늘에 남은 주황빛은 모두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노을의 파편이 쏟아지는 갯벌 위에는 빛의 조각들이 파도처럼 흐른다.
하늘은 연한 주황과 깊은 청색으로 나뉘지만,
서로의 경계를 허물듯 번져가며 한 몸이 되어간다.
그 사이사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구름은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우리를 이끄는 은밀한 길처럼
저 멀리 바다 끝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해변가의 그림자들,
아련히 어울려 웃고 서성이는 그 작은 실루엣들,
이렇게 친구들은 모래 위에 부서진 빛의 조각들 속에서
나와 함께 짧지만 선명한 오늘을 살고 있다.
오늘, 나는 이 노을 속에 머물고 싶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순간,
나는 빛의 마지막 숨결을 따라가고 있다.
하늘은 오래된 기억을 담은 캔버스처럼
오늘이라는 시간을 천천히 감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