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주원 Dec 25. 2023

토끼와 거북이

드르륵. 아침이 되면 셔터 오르는 소리로 가득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피곤하지만 생기 있는 눈으로 가득하다. 대체로 한가한 아침이지만 아직 신참티를 못 벗은 나는 여전히 바쁘기만 하다. 점심이 지나면 시장에 슬슬 외부 사람들이 들기 시작한다. 화려한 옷의 디자이너부터 이곳의 장인이라도 돼 듯 편한 반바지에 푹 눌러쓴 모자로 얼굴을 가린 고수(?)들도 가득하다. 쓸만한 먹잇감을 찾기 위해 무거운 원단을 끌고 하이에나처럼 여기저기를 들쑤신다.

 그중에서도 땀을 흘리는 유독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곤 하는데 머뭇머뭇 거리며 말을 못 걸거나 대사를 외우듯 스와치를 달라고 한다. 당황스러워하는 모습들이 참 재밌긴 하지만 나의 모습 또한 그러지 않을까 하여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후에 패션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들으니 회사 인턴, 알바, 신입들을 시장에 보낸다고 한다) 참으로 연약한 토끼들이다.

 반면에 눈알을 굴리며 바쁜 듯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내 혼을 빼놓는다. 정신없이 전화를 하며 마치 세상의 바쁨을 한가득 머금는 채 말을 걸면 나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달된다. 물론 이런 행동에 악의가 없을 시에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흡수되어 뿌듯함이 된다. (반면, 시비를 거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여유 있게 시장을 지배하듯 돌아다니는 호랑이도 존재한다. 뭔지 모를 아우라와 당당한 워킹으로 매장의 스와치를 관람하듯 보고 지나친다. 가장 미스터리 한 존재들. 연약한 토끼부터 맹수들까지 드글거리는 참 재미난 곳이다. 지금쯤 나는 새끼 고라니 정도 되었으려나.. 하하.  

이전 07화 쉽게 말하는 연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