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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츄르 Feb 10. 2021

08_폴리싱 타일 공사로 소녀감성 거실 만들기

이사 온 첫날, 나는 막막하기만 했다. 인테리어를 하겠다고 가져온 짐을 전부 옥상 창고에 넣어둔 덕에 집안은 아무것도 없이 휑했다. 11월말의 쌀쌀한 바람에 온기가 다 식어 추웠고, 바닥과 싱크대엔 여기 저기 오래된 먼지와 구정물이 흘러 불결하기 짝이 없었다. 장식장이 가리고 있던 커다란 거실 창에 반해서 집을 샀는데, 이중창의 바깥쪽이 불투명 창이라 창문을 어떻게 여닫아도 한쪽의 뷰는 가려졌다. 실망스러웠지만 우선 청소를 시작했다.

바닥을 쓸고 정체모를 쓰레기들을 모아 버렸다. 그리고는 싱크대 겉면과 창틀 안쪽, 화장실 구석구석을 닦고 또 닦았다. 손이 부르트고 새로 산 걸레가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어차피 내일 공사하러 오면 다 걷어낼 건데 뭐하러 바닥 청소를 해.”

엄마가 말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 저곳을 쓸고 닦았다. 오래된 음식물이 고인 것 같은 냄새가 너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반지하 냄새가 싫어서 이사를 온 건데 여기에서도 냄새 속에서 살아야한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냄새의 원인은 곧 밝혀졌다. 이곳 저곳 쓸다보니 오래된 쌀알이 정말 많이 나왔다. 반쯤 썩은 대파 조각도 나왔다. 별로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으나, 전에 살던 집의 죽은 쥐에 비하면 아주 양호했다.

점심식사로는 엄마와 같이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짜장면은 불어터져 맛이 없었고, 탕수육은 딱딱했다. 그래도 너무 힘이 빠져서 그런지 맛있게 먹었다.      

며칠 연차를 내놓은 덕에 여유롭게 인테리어를 할 수 있었다. 주말을 합쳐 무려 6일이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폴리싱 타일을 제외한 모든 것을 셀프로 진행했기에, 실제로 입주할 수 있을 상태가 되기까지는 한 주가 더 걸렸다.      

맨 처음 진행한 인테리어는 폴리싱타일 공사였다. 12월의 첫 날,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 기간은 이틀. 첫 날은 기존 바닥재 철거와 타일 작업을, 둘째날에는 마무리와 함께 백시멘트 줄눈 작업을 했다. 물론 그것은 시공업체가 하는 일이므로 정확히 어떤 과정으로 공사가 진행되는지까지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 반셀프 폴리싱타일 공사에서 집주인인 내가 했던 일은 아래와 같다.

방산시장 재료상 방문해 견적 내고 예약잡기(14평 기준 재료비 80만원, 인건비 90만원, 문턱 재거비 건당 2만 5천원, 바닥 평탄화를 위한 추가 부자재 5만원)

공사 당일 재료를 올려줄 사다리차 예약하기 (9만원/엘레베이터가 있다면 생략 가능)

같은 건물에 사는 입주민들에게 공사 일정 통보하기.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말씀드림. 작은 선물을 하기도 한다는데 이때 정말 예산이 너무 촉박해서 못했다.)

공사 후 폐기물 처리 (이건 동네 마트에서 폐기물 처리 마대봉투를 사서 조금씩 넣어 버렸다. 가족의 도움을 받았다. 폐기물 자루는 동네에 따라 동사무소에서 팔기도 하니, 미리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보면 된다. 마트에서 파는 경우 마트의 이름도 동사무소에서 알려준다.)

  

공사 당일 늦잠을 자서 현장에 늦게 도착한 바람에, 사다리차 아저씨와 시공업체 분들이 먼저 재료를 옮겨주었다. 현장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감독을 해야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그렇지는 않았다. 하루에 두 번 정도 찾아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시공자들 입장에서는 좀 귀찮지 않았을까 싶다.

공사를 하는 이틀 내내 추워서 왔다갔다 하는 게 너무나 힘이 들었다. 엄청난 먼지와 소음이 날리는 공사 과정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었다. 이틀이 너무나 길게 느껴져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막상 정리해 적어두니 별거 없는 것 같은데, 진행할 때는 생전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이것도 걱정이고, 저것도 걱정이고, 항상 불안했다. 생각해보면 재료상이나 시공자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고, 늘상 하는 일이라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완성되어가는 바닥을 중간중간 확인할 때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칙칙한 옥장판이 깔려 있던 집에 뽀얀 타일이 깔리는 것만으로도 새집이 된 것처럼 보였다. 문턱을 없애고 방들과 거실이 이어지도록 타일을 깐 덕분에 집도 훨씬 넓어보였다. 폴리싱 타일이 깔린 집은 너무 오랫동안 상상해오고 수많은 사진을 봐와서, 당연히 예쁠거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반짝반짝 빛을 반사하는 타일을 보니 사진과는 또 달랐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예뻐서 지붕위에 올라가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다행히 폴리싱타일 업체를 너무 잘 만나, 예쁘고 깔끔하게 공사를 마쳤다. 문턱을 떼고 문턱 자리에도 타일을 깔아달라, 현관까지 타일을 해달라, 요구사항이 많았는데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마무리를 해주었다. 타일 견적을 받을 때, 넉넉한 수량을 주문했는데 막상 타일이 아슬아슬한 수량으로 와서 방 하나에는 타일을 깔지 못했지만, 그건 시공업체의 탓은 아니었다. 넉넉한 수량으로 협의해놓고 막상 견적서는 적은 수량으로 보낸 재료상과 그 견적서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고 옳게 해줬겠거니 한 내 탓이다.

업체를 잘 만났다 생각한 까닭은 물론 예쁘고 깔끔한 결과물이 일 순위다. 하지만 담배를 집안에서 피우지 않는 등의 사소한 디테일이 더 감동적이었다. 물론 자주 들러서 보고 별나게 굴어서 더 신경을 썼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이틀간의 폴리싱 타일 바닥공사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고생이 남아 있었다. 반짝이는 하얀 타일이 깔린 집은 언뜻 환해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원래도 베이지 색인데 때가 타서 더 누리끼리해진 벽지가 몹시 거슬렸다. 갈색의 몰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일단 모르겠다, 다 칠해버리자.

1리터 짜리 하얀 페인트 10개를 주문하며 생각했다. 어차피 하얗게 할 것, 벤자민무어니 던 에드워드니 다 소용없을 것 같아서 가성비좋은 국내산 페인트로 주문했다.      

페인팅은 정말 고단한 작업이었다.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벽과 천장은 몇날 며칠에 걸친 가족들의 도움으로 끝났고, 나무무늬 갈색 시트지가 붙어있던 거실 창 샤시는 입주 후 첫 주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 혼자 칠했다.

샷시는 전무 그런 나무무늬였는데, 질감이 있는 나무 시트지라 싸구려는 아니었다. 그래서 원목책상과 파란 카펫 바닥이 돼있는 서재에는 잘 녹아들었다. 큰 방에도 액자를 많이 붙이고 이불에는 컬러감을 줄 예정이었기 때문에 샤시와 흰벽이 우드&화이트 조합을 만들어내는 게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거실 창 샷시만 칠하고 다른 방들은 그대로 놔두었다.

누리끼리한 유성 페인트가 칠해져 있던 문짝과 문틀은 주말마다 하나씩 칠해 나갔다. 문고리는 반짝거리는 금색으로 주문해서 기존의 녹슨 색깔 원형 문고리를 뽑아내고 갈아 끼웠다. 이사하기 전에는 문짝과 문틀 모두 갈아버리고 싶었는데, 문을 새로 칠하고 문고리를 갈고 나니 과장된 몰딩이 박힌 문이 의외로 우리 집과 너무 잘 어울렸다. 화려한 금빛 문고리와 몰딩이 잘 어울러져 로코코가 한 방울 가미된 우리집 거실에 딱이었다. 사실 예산이 부족해 페인팅과 문고리 교체만 진행한 건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대리석 무늬 하얀 바닥, 하얗게 페인팅한 벽과 천장, 샷시, 방문 리폼... 이렇게 진행하고 나니 거실은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거실의 포인트를 위해 사두었던 금색 샹들리에 조명까지 달고 나니 내가 꿈꾸던 거실이 완성되었다. 샹들리에가 생각보다 커서, 바로 아래를 지나가면 머리를 부딪치긴 하지만. 오히려 샹들리에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어서 좋았다.

이렇게, 틴에이저 공주님이 티타임을 가질 것 같은 로코코 한방울이 가미된 소녀풍 거실이 탄생했다.      


*내멋대로 Q&A:  문고리를 어떻게 가나요?

우선 준비물은 만능 드라이버(다이소, 5천원)와 송곳 등 끝이 뾰족하고 가는 물건, 교체할 문고리입니다. 교체할 문고리를 주문하면 안에 못은 들어 있습니다.

원형 문고리 기준, 실내쪽 손뭉치 목에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에 만능드라이버의 가장 뾰족한 심을 대고 누르면서 손잡이를 살살 돌리면서 뽑으면 어느 순간 훅, 하고 빠집니다. 직접 해보니 이 과정이 제일 힘들었어요. 오래된 문고리라 잘 뽑히지 않았거든요.

뽑힌 쪽의 베이스판을 살살 돌려 제거 한 후 반대편 손뭉치도 뽑아냅니다. 저 같은 경우엔 베이스판이 오래된 페인트와 함께 굳어 있어 도구를 이용했습니다.


새로 산 문고리의 설명서를 보고 문 고리를 설치합니다. 문고리의 종류에 따라 방법이 다르니 여기서는 자세히 적지 않겠습니다. 돈과 시간이 있는 경우 2만 5천원을 주고 사람을 불러 교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돈이 아까워서 직접 했는데 솔직히 손이 너무 아팠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보일러실 포함 문짝 다섯 개를 갈았으니 12만 5천원을 아낀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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