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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츄르 Apr 14. 2021

15_인테리어의 마무리는 고양이?

인테리어의 마무리는 고양이라는 꿈도 야무진 소리를 들으면 나는 확성기와 피켓을 들고 소리 높여 외치고 싶다.

고양이는 인테리어의 적이다!!!

나는 대부분의 요즘 사람들처럼 인류보다 고양이라는 종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고양이와 함께 살 때 떠안게 되는 현실적인 인테리어 제약을 이야기하고 싶다.

고양이 있는 자는 인테리어의 퀄리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가장 흔한 소재 두가지에 큰 제약을 받는다.

패브릭과 (인조/천연 모두) 가죽.

고양이를 거쳐간 패브릭과 가죽을 본 적이 있는가?

단순히 망가지는 걸 넘어, 아주 지저분하고 혐오스러운 비쥬얼로 망가진다. 나는 군집공포증이 있어서 비슷한 패턴이 잘게 반복되는 걸 못견디는 사람인데, 고양이 발톱자국이 비슷한 간격으로 잘게 새겨진 가죽제품을 보면 비위가 상한다. 패브릭은 또 어떤가? 고양이 털이 뭉텅뭉텅 붙고, 한올 한올 박힌 패브릭 제품은... 아, 생각만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털 묻으면 돌돌이 돌리면 되지 뭐.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만 부지런 하면 고양이와 인테리어,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키워보니 알겠더라. 고양이 털은 돌돌이를 아무리 돌려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그리고 팔아프게 제거해봤자 3분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고양이가 있으면 인테리어의 진정한 마무리인 은은한 향기도 가질 수 없다. 지금도 내 귀에는 고양이가 똥을 싸기 위해 화장실 모래를 파바박 파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조금 과장하면 5분에 한번씩 부지런히 고양이 화장실을 치워주는데도 냄새에서 완전히 해방될 순 없다. 모래에 묻는 고양이의 분변은 똥을 치운다고 완전히 제거 되지 않기 때문에 공기중에 은은히 냄새가 묻어있다. 환기를 자주 해서 냄새가 완전히 제거 된다 해도 디퓨저나 향초를 마음껏 쓸수가 없다. 고양이 건강에 나쁘기 때문이다. 물론 나자신도 유기농 음식을 챙겨먹으며 건강하게 살지 못하는 마당에 고양이 건강을 완벽하게 챙기는 건 불가능하다. 가끔 향초를 켤때도 있다. 그래도 사람만 사는 공간만큼 자주 양심에 거리낌 없이 키지는 못한다. 똥냄새 뿐 아니라 사료 냄새도 ‘아름다운 공간의 은근한 향긋함’과는 거리가 멀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사료가 불쾌한 육식성 냄새를 풍긴다.

이쯤에서 내 고양이 두 마리를 소개할까 한다.

첫째는 페르시안 친칠라가 많이 섞인 장묘종 고양이로 7살쯤 되었다. 인생이 너무나 버거웠던 시기에 데려온 아이로, 살아갈 힘을 주었다. 20대 초반에 데려왔다는 건 기억나는데 그게 스물 둘이었는지 스물 셋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나이는 못 속이지만 너라도 한 살 어려져라 싶어서 일단 스물 셋에 데려온 걸로 치고 7살이라 여긴다.

둘째는 2살짜리 노르웨이숲 고양이로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나는 불량집사이기 때문에 둘째를 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둘째는 원래 엄마가 기르던 고양이이다. 성묘가 된 후 고양이 털 때문에 엄마의 지병이던 천식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딸보다 예뻐하던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에겐 보낼 수 없고, 계속 기르자니 생명이 위험한 사정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불량 집사지만 나라도 데리고 살기로 했다. 덕분에 요즘 엄마는 제 자식(?) 딸내미가 구박할까 걱정돼 나를 보러 오는게 아니라 고양이를 보러 자주 온다. 알러지 약을 먹고 천식약을 챙겨서 말이다. 아주 눈물겨운 모정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온몸이 근육질이다. 안아보면 근육이 곳곳에 꽉 차 있는게 느껴진다. 풀쩍 점프하는 모습을 보면 나보다 힘이 센 것 같다. 둘째는 천성이 느릿한 페르시안 고양이(와 가까운 잡종)인 첫째가 결코 올라가지 못하는 높은 곳(이를 테면 에어컨 위)에 뛰어올라가고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닌다. 지난 집에서는 둘째가 장판 이음새 부분을 물어뜯어놔서 곤욕을 치렀었다. 그래서 방 세 개짜리 집에 살게된 김에 거실 공간을 고양이들에게 내어주고 나머지 공간을 내가 쓰기로 했다. 물론 침실문은 열어두고 고양이들을 들일 때가 많다.     

반려동물 때문에 폴리싱 타일 공사를 안하는 사람도 있다. 미끄러운 표면이 관절에 좋지 않아서다. 나 같은 경우엔 나의 늦은 퇴근에 대한 불만을 똥으로 표시하는 둘째 고양이때문에 폴리싱 타일 공사를 했다. 청소하기 쉬운 폴리싱 타일이 꼭 필요했다.

폴리싱 타일 위에 저렴한 러그를 깔아 뛰어놀 수 있게 해주고, 러그는 더러워지면 교체하는 식으로 대충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나의 고양이 육아는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집사와는 거리가 멀다. 고양이를 위해 기껏 깐 예쁜 마루 위에 뛰어놀기 좋은 고무 타일을 붙이고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데려가며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하루 20분씩 무조건 놀아준다는 모범 집사들을 보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다.

나자신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건강검진 외에는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이라, 고양이들도 동물병원에 잘 데려가지 않는다. 나도 매일 운동을 챙겨하지 않으므로 고양이 놀아주는 시간을 따로 하루 일과에 넣지도 않는다. 고양이 장난감은 잔뜩 있지만 매일 하는 고양이 놀이라고는 침대에 드러누워 머리끈을 던져주는 것 뿐이다. 머리끈을 던지면 고양이들이 몸을 날려 물고 온다.     

집사가 된지 7년차, 내가 써봤던 고양이템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했던 건 캣타워였다.

조립하는게 정말 힘들었던 이 캣타워는 안정적이지 못해 고양이가 뛰어오를 때마다 휘청거렸다. 내 고양이는 5키로가 넘지 않는데 그보다 더 나가는 다른 집 고양이였다면 아예 못쓰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아이보리색 털로 뒤덮여 있어 보기에는 예뻤다. 그 예쁨이 오래가지 않아 문제였지만.

부드러운 아이보리색 털에 온갖 것들이 들러붙기 시작했다. 고양이 털, 먼지, 습기... 두 달 정도 지나자 원래의 뽀얀 색은 찾아볼 수 없이 칙칙해졌다. 결국 나와 내 고양이의 호흡기 건강을 위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크기가 크기인지라, 버리는데도 돈이 들었다. 가구를 버릴 때와 똑같이 동사무소에 전화해 스티커를 발급받았다.

그 캣타워 이후에도 나는 캣타워와 캣 폴을 꿈꾼다. 내가 원하는 제품은 고양이가 긁어도 괜찮은 재질로 되어있으면서, 고양이가 몸을 안착할 탈부착식 쿠션을 쉽게 갈아끼울 수 있는 제품이다. 기깔나게 예쁜 디자인으로 뽑을 수 없다면 그냥 무늬없는 하얀색이었으면 좋겠다. 무늬 없는 하얀색의 캣폴을 찾긴 했는데 너무 비싸서 아직은 살 계획이 없다.

아름다운 디자인의 거대한 돔형 화장실도 캣타워만큼이나 나랑은 맞지 않는 고양이템이었다. 거대한 돔형 뚜껑 내부에 습기가 차서 청소를 자주 해줘야 했는데, 사이즈가 너무 커서 화장실까지 들고 가는게 일이었다. 모래는 확실히 덜 튀기 때문에 부지런하고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쓸만할 것 같다. 결국 당근마켓을 통해 나보단 체력이 좋아보이는 어느 남자 집사에게 팔았다.

지금 쓰고 있는 고양이 화장실은 적당한 사이즈의 사막화 방지 화장실이다. 이 역시 벽 부분을 닦아줘야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완전히 막힌 형태가 아니라 습기는 차지 않는다. 나름대로 만족하며 쓰고 있다.

대충 사는 주인을 만나 대충 살게 된 내 고양이들에게 가끔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오래도록 건강하면 그만이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이들을 보호를 명목으로 좁은 곳에 가두고, 먹이고, 내가 선택한 물건들로 이들의 생활이 결정되는 방식으로밖에는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 개량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이 동물들은 다른 방식으로는 살 수 없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 슬퍼져서, 나는 내 고양이들을 사랑하되, 지나치게 의인화 하지 않고 존중하려 노력한다.

고양이에겐 고양이만의 세계가 있고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이미 우리는 서로에게 삶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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