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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츄르 Jan 21. 2021

05_실제로 대출받기

나는 숫자만 봐도 머리가 아파오는 인간이다. 학창시절 내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가장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 공부한 과목도 수학이었는데, 놀랍게도 수능 당일엔 행렬 다음 문제부터 연필을 굴려 답을 찍는 수포자로 쓸쓸히 학창시절을 마무리했다. 

ltv가 어쩌고, 모기지론이 어쩌고, 원리금이 어쩌고 저쩌고.

대출의 세계란 나에게 결코 정복할 수 없었던 수학시험의 연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따랐다. 

모를 땐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무조건 담당자에게 물어본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준비물이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한다.

그야말로 무식하고 단순하게 진행했고, 그 방법이 통했다. 다행히 한 번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본 적이 있어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들이 갖춰져 있었기에 이번 대출은 상당히 쉬웠던 것 같다.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돈과 신용도 중요하지만, 다음의 기본기가 철저히 다져져 있어야 한다.


1) 프린터가 연결된 사용가능한 피씨에 개인용 공인인증서를 등록할 것.

2) 정부24 사이트에서 발급받는 문서들이 문제 없이 출력되는지 미리 점검해 놓을 것.

3) 휴대폰에 ‘스마트 주택금융’ ‘안심주머니(보금자리론 0.1% 이자 할인용)’ 어플을 깔고 회원가입을 해둘 것.

4) 도장을 만들고 거주하는 지역 동사무소에 방문해 '인감도장'으로 등록할 것.

5) 인터넷 발급 가능 서류들(주민등록 등본,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2카피씩

6) 인터넷 발급 불가능 서류들(소득금액증명원-세무서 발급/인감증명서-주민등록상 현 거주지 관할 동사무서 발급/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혹은 갑근세원천징수확인서-경영지원팀에 요청, 회사에 따라 hr파트너시스템에서 직접 출력도 가능) 2카피씩

7) 매매계약서


이것들만 제대로 해놓는다면 나머지 절차는 별 거 없다.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만 문제없이 작동하면 된다.

한국 주택금융공사(https://www.hf.go.kr/hf/sub01/sub02_03.do)에 접속해 ‘보금자리론 신청하기’를 눌러 대출을 신청하면 며칠 후에 주택금융공사에서 전화가 온다. 그 때 준비하라는 서류를 잘 메모해 두었다가 보금자리론 어플에 들어가 필요하다는 서류 사진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업로드하면 끝이다. 

그 다음에 또 전화가 오면 은행을 방문해 상담을 받으면 된다. 그러면 은행에서 법무사도 연결해주고 주택 시세 감정도 진행해준다. 중간에서 할 일이라곤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달라는 서류를 부지런히 찍어 문자로 보내는 것 뿐이다. 

대출에 관해서 일을 하는 건 중간에 끼어있는 주택금융공사 직원과 은행 직원, 주택 감정사와 법무사지 대출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힘들 건 별로 없다. 내 경우엔 처음 은행 상담을 갔을 때 번호표를 뽑고 세 시간을 기다렸던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인내심을 가지고 마음을 여유롭게 먹는다면
대출은 결코 힘든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최종적으로 대출 받은 금액은 8300만원이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지출로 모기지 보증료 20만원과 법무사 비용 60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거기에다 이미 알고 있었던 매매 계약 복비 70만원까지 더하니 지출이 상당했다. 첫 주택이라 취득세는 면제였지만, 만약 취득세까지 있었다면 대출을 더 받아야 했을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아래와 같았다.

집값 1억 4천

매매한 집 복비1 70

살고 있던 집 복비2 30 

이삿짐 박스 구입 및 옮기기 20

법무사 비용 60

모기지 보증료 20

총합: 1억 4천 200 

    

내 예산은 아래와 같았다.

보금자리론 8300

모은 돈 4700

마이너스 통장 1500

총합: 1억 4천 500     


자, 이제 차액 300으로 인테리어를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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