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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l 13. 2020

고 박원순 전 시장 고소인의 입장문을 읽고

전문가 아녀도 괜찮아

고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관의 입장문을 접하고 든 생각을 정리합니다.



1. See The Unseen!



성경에 나오는 말씀 중 신앙을 떠나 그 자체로 진리라고 생각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는 골로새서에 나오는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된 것이 아니니"라는 말씀과 예수님께서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라는 말씀입니다.



과거 SK 브로드밴드의 광고 카피는 "See The Unseen"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는 말입니다.



피해자이자 고소인의 입장문을 읽고 '그동안 보이는 것만 봐왔구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박 시장과 가까웠던 사람도 피해자의 호소에 하나 같이 "시장님이 그럴 분이 아니셔"라고 했다고 하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했었는데, 감추어졌던 게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페르소나와 퍼스낼리티



고대 그리스 시대 디오니소스 축제가 열릴 때면 '뒤티람보스'라는 가면극이 행해졌다고 합니다.



배우들이 극의 배역에 맞는 가면을 쓰고 무대에 나와 연기를 했는데, 그 가면을 뜻하는 '페르소나'라는 말이 지금은 심리학 용어로 쓰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가면을 쓴 나와 가면을 벗은 나의 간극이 작을수록 건강한 자아를 가졌다고 말합니다.



인권변호사의 가면, 서울 시장의 가면, 유력 대선 후보의 가면을 쓰고 있을 때와 그 가면을 벗었을 때의 간극이 작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창 시절 윤리 시간에 '성'이라 하여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 없을 때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가 동양 윤리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졌었다고 배웠습니다.



가면을 벗은 자아와 홀로 있을 때의 자아가 건강한 게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3. 상대의 신을 신어보려는 노력.



제가 좋아하는 영어 관용 어구 중에 'stand in one's shoes'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남의 신을 신어보다'는 의미로 고사성어로 '역지사지'와 의미가 같습니다.



고 박원순 전 시장도 야인 시절에는 그리 살았었습니다. 인권 변호사로, 사회사업가로, 여권 신장자로 약자와 여성의 편에서 살았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라는 자리에 연거푸 당선되면서 타인의 신을 신는 수고를 하지 않았었나 봅니다. 입장문을 보면, 피해자를 성적 노리개로 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성적 수치심 이상의 모멸감이 있었을 겁니다. 위계로 상대방을 누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여성이어서, 힘이 없어서 당한다'는 피해의식이 컸을 겁니다. 딴에는 용기를 내서 고소를 했을 겁니다. 그분의 용기를 높이 평가합니다.



4. 이카루스의 날개



"고난을 견디는 이는 다수, 번영을 이기는 이는 소수다"



이와 같은 말이 있죠. 누구나 밑바닥에서 고난 중에 바운스 백을 꿈꾸며 고통을 참는 이는 많습니다. 그러나 일인자의 자리에 올라 번영을 구가하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그래서 힘들었을 때는 잘 지내던 사람이 성공한 뒤에 추락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누구나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명심해야 할 사실입니다.



5. 더 큰 권력을 가진다면



마지막으로 그 모든 생각 중에 약간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건 "서울 시장일 때 그랬다면, 더 큰 권력을 가진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드러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어제까지는 참으로 아까우신 분이 돌아가셨네 했던 게 하루 사이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떠난 이를 추모하는 것 못지않게 그로 인해 상처를 입은 자의 고통도 이해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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