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이라는 경전 -37-
여자가 월경을 할 경우, 그는 칠 일 동안 부정할 것이다. 누구든지 그의 몸에 닿는 사람은 저녁 때까지 부정할 것이다.(레위기 15:19~)
초경과 월경과 관련된 통과 의례가 있는 곳이 많았다. 가장 많이 행해진 조치는 ‘격리’였다.
자궁에서 흘러나온 피는 오히려 죄를 덧씌었다.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생리혈은 피해야 할 위협이었고,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될 수 있는 대로 그 흔적을 지우고 숨겨야 할 분비물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피에서의 발효 작용이 결국 생리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달리 피의 불순물들을 땀을 통해 점잖게 발산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생리혈이 불쾌한 냄새를 지녔다고 보았다. 갈렌은 생리혈이 작고 열등한 몸을 가진 여성이 소화시킬 수 없는 음식들이 피 속에 남은 찌꺼기라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리가 태아에 들어가지 못하고 남은 피라고 가정했다. 생리혈이 유독하다는 개념은 동서와 남북을 막론하고 인간의 사유에 배어 있었다. 여전히 생리에 의례적인 편견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미추(美醜)를 구분하는 후각 능력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생리혈은 응고되지 않는다. 생리혈 자체에는 혈소판이 거의 들어 있지 않으며 상처에서 나오는 피처럼 성분들이 그물처럼 엮이면서 응고되는 일은 없다.
레위기에서 보여주는 월경 기간 중의 격리는 오늘날에도 별도의 집을 마련하여 생리 중인 여성들을 격리시키는 민족들이 있다. 필자는 예전에 방영되었던 세계 탐방 프로그램에서 파키스탄의 어느 부족에서 이 풍속을 실시하는 것을 보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발리의 사원에서는 월경 중인 여성의 출입을 금하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이와는 정반대로 생리혈의 치유력을 믿는 문화도 이 세상에 공존하기도 한다. 바로크 시대에는 처녀의 생리혈을 여드름 치료제에 이용했다. 항간에는 생리혈을 모반이나 얼룩짐, 기미, 페스트선종, 부스럼, 옴, 사마귀에도 사용했다. 하지만, 월경을 반기기보다는 거부하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비단 미개 문화뿐만 아니라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도 각종 생리대 CF가 보여주듯이, “내가 월경하는 것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슬람 세계 하렘(Harem)의 폐쇄성은 바로 지중해 고대 그리스의 전통에서 왔다. 우리는 섹스 ․ 출산 ․ 질병 ․ 죽음을 공적으로 보여주기를 꺼리는데, 이 역시 그리스의 오이코스(oikos)에서 물려 받은 서양인의 생활 정서다. 오이코스의 생활 과정들 가운데 하나인 이런 은폐성이, 공공장소인 아고라에 여성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여성의 책임은 은폐된 가정생활로 제한되고, 가정에서 남편의 파트너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에 남성은 여성과 아이 그리고 노예와 달리 두 생활영역, 은폐된 오이코스와 공적인 폴리스 모두에서 주인공이었다.
월경을 하는 여자가 부정한 것처럼 몽정을 한 남자도 부정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월경인 경우는 대개 일주일간 부정하나 몽정인 경우는 하루만 부정하다. 하지만,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하지만 청장년들은 한 달에 몇 번씩 몽정을 하므로 부정한 날수로 따지면 둘 다 어슷비슷하겠다.
온전한 결론을 통해 연합하기 전까지는, 숨기든 드러나든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칼이 숨어 있다. 여인에게서 나타나는 솔직함, 공정함, 기사도를 보고 우리네 남자들이 ‘남성적’이라고 부르는 일은 방자한 일이다. 남성에게 있는 섬세함이나 꼼꼼함 부드러움을 보고 여인들이 ‘여성적’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방자한 일이다. 그러나 한낱 남자 여자가 그런 방자한 표현을 그럴 듯하게 할 수 있으니 대부분의 남자 여자는 딱하고 뒤틀린 인간성의 조각일 뿐인가
사회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신체 내에서 흐르고 있는 피는 생명, 건강, 좋음과 같은 긍정적 특성을 연상시키지만, 신체 밖으로 흘러나온 피는 반대로 죽음, 상처, 나쁨과 같은 부정적인 개념과 결부된다.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생리는 부패한 물질을 배출하여 인체를 정화시키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또 정반대로 여성의 열등함을 입증하고 정해진 며칠 동안 불을 지르거나 아이를 살해하는 등 여성의 신체와 정신을 예측불허의 상태로 몰아넣는 무기력 상태라고 보기도 했다. 고대 후기와 중세에는 생리혈에 전염성이 있는 나쁜 기운이 있다고 믿었다. 대(大) 플리니우스(Plinius)는 생리 중인 여성의 영향으로 포도주가 시어지고 과일이 시들며 칼은 무뎌지고 금속은 녹이 슬고 암소는 유산을 하고 개가 미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이 깨끗해질 때까지 가까이 가지 말라.”라고 『쿰란』2장에는 생리 중인 여성을 피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이런 믿음은 근대에까지 이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