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정말 '그렇게' 사는 걸까

렛's 퇴사 일기

by 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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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 야망 가득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쯤 되면 지금보단 멋지게 살고 있을 줄 알았다. 대단한 회사가 아니더라도 한 곳에 정착해서 저축할 수 있을 만큼 월급을 받고, 아담해도 사람답게 살 만한 집에 살며 퇴근 후에는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우고, 서른 즈음엔 그렇게 살 줄 알았다. 썩 부족하진 않게 살겠다는 거, 소박하게나마 내 꿈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 알고 보니 정말 대단한 야망이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다는 말이 슬슬 피부에 와 닿았다.
나는 어느새 잘리지 못해 겨우 눈을 떠서 꾸역꾸역 출근하고, 나이 들수록 돈 쓸 일만 늘어나는 흔한 초짜 사회인이 되었다. 가끔은 온 힘을 다해도 일상을 이어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아직 뭔가 특별한 일을 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어 쉽사리 타협하지도 못했다. '원래 다들 그렇게 산다'라고 납득하기에 나는 아직 너무 어렸다. 그렇다고 꿈을 쟁취하려고 이를 악물 용기도 없었다. 일단 내 꿈이 뭔지도 잘 몰랐다.
한참 두 번째 직장을 구하던 즈음, 내 나이 또래의 한 인기 가수가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나는 그를 잘 모르지만, 밝고 성실한 이미지를 지녔던 재능 많은 청년으로 기억한다. 그 무렵 만났던 대학 동창 B는 졸업을 앞두고 최종 면접에서 몇 번의 고배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소주를 들이키다가 눈이 촉촉해져서는 이렇게 울먹였다.

"그 나쁜 xx, 왜 죽었어."

나는 달리 꺼낼 말이 없어 머뭇거리다가 '살아남자'며 술이나 한 잔 더 권했다. 직업도 환경도 우리와는 아주 다른 세상 사람이었지만, '힘들었다'는 그 한마디가 뼛속까지 사무쳤다. 엉겁결에 들어간 첫 회사에서 한 해 두 해 직장 생활을 하고 또 이직을 하기 전까지 나는 자기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특별한 사건이 없을 때조차 산다는 건 종종 '그냥 빡셌다'. 그는 곧 우리였다.
어릴 때 소년만화를 보면서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면, 어른이 된 후에는 '실제로 저런 일은 가능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현실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우리는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가끔 희망과 꿈에, 환상에 젖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슈퍼히어로가, 소년 만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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