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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Jul 04. 2020

칼슘(Ca)

배려

앞서 가던 사람이 여닫이문을 밀고 들어갔다가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잠시 문손잡이를 잡아주는 행동은 작은 배려지만 큰 감동이다. 칼슘(Ca)을 생각할 때 이 장면이 떠올랐다.   

언 땅이 풀리는 해토머리, 들녘에 농부 모습이 하나둘 비친다. 농부는 밭두렁을 둘러보며 한해 농사를 구상한다. 머릿속에 밭갈이, 거름내기, 씨뿌리기, 가꾸기, 거두기 장면이 회전그림처럼 그려진다. 거름내기에서 가장 먼저 밭에 뿌리는 거름은 석회질비료다. 그다음에 퇴비를 뿌리고 화학비료를 뿌린다. 




왜 석회비료를 가장 먼저 뿌릴까? 

석회비료는 칼슘비료다. 석회를 주면 칼슘 양분을 주는 것이며, 칼슘은 다른 양분이 잘 흡수되도록 아울러 돕는다. 흙에 양분이 아무리 많아도 작물 뿌리가 이 양분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그 양분은 단지 그림의 떡이다. 석회비료는 그 자체가 양분이면서 더불어 다른 양분이 잘 흡수되도록 길을 닦는 역할도 한다. 석회비료를 주는 주요 목적은 토양산도를 알맞게 맞춰주기 위함이다. 작물마다 알맞은 토양산도가 있는데 대체로 약산성과 중성 사이다. 이 산도에서 작물은 여러 양분을 두루 흡수할 수 있다. 석회비료를 주면 산성이던 토양을 약산성이나 중성에 가깝게 교정할 수 있다.

물 온도는 꽁꽁 어는 영하도 있고 펄펄 끊는 백도도 있다. 사람이 목욕하기에 알맞은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7℃ 내외인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몸이 나른해지며 피로가 풀린다. 사람에 따라 40℃ 이상의 뜨거운 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10℃ 이하의 찬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체온과 비슷한 따뜻한 물에서 목욕하는 걸 좋아한다. 


참깨는 pH 5의 산성을 좋아하고, 무와 땅콩은 pH 7의 중성을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작물이 좋아하는 토양산도는 pH 6.0~6.5의 약산성이다. 이 약산성의 토양에서 양분은 작물에 흡수가 잘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토양의 토양산도는 pH 5.5인 산성토양이다. 이 산성토양을 작물에 알맞게 약산성이나 알칼리로 맞추기 위해서는 알칼리성 물질을 토양에 넣어줘야 한다. 찬물을 미지근하게 하려면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 대표적인 알칼리성 물질은 석회다. 그러기에 작물을 재배하기 전에 미리 석회질비료를 줘서 토양산도를 pH 6.5에 가깝게 해주는 것이다. 어느 밭의 정확한 토양산도는 토양검정을 하면 알 수 있기에 그에 따라 석회비료 살포량을 알 수 있지만, 보통은 밭에 200kg/10a의 석회비료를 살포하면 된다. 


토양산도가 pH 5 이하의 산성이거나, pH 7 초과의 알칼리성으로 치우치면 일반 비료를 줘도 그 비료의 영양분이 작물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한다. 이는 입안이 헐면 음식이 있어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는 것과 같다. 입안의 상처를 치료해야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있다. 비료주기 전에 산성토양을 개량하기 위해 석회질비료를 먼저 줘야 하는 이유다. 


석회질비료는 자체가 칼슘 양분이면서 다른 양분의 흡수도 돕는 선수이자 코치다. 이는 새벽에 일어나 이슬 맺힌 풀숲을 헤치며 길을 안내하는 이슬떨이요, 밤새 내린 눈길을 앞서 걷으며 길을 내주는 숫눈밟이다. 

석회는 배려하는 비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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