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꿈(10)_남의 피를 빠는 거머리가 내 친척이라니!

단편소설 <꿈꾸는 꿈틀이>_10

by 시골뜨기

저건 뭘까? 물 위에서 너울너울 헤엄치는 모습이 특이하구나. 우리 지렁이와 닮은 구석이 있기도 해. 어쩌면 동포 인지도 몰라. 난 헤엄을 못 치는데 잰 우아하게 잘 친다.


“물푸름이야, 쟨 누구지?”

“저건 거머리인데, 네 친척이지.”


“내 친척이라고?”

“너와 같은 환형동물이야.”


“거머리도 우리 지렁이처럼 고리 모양 몸마디가 이어진 거네?”

“뿐만 아니라 둘 다 습한 곳을 좋아하고, 암수한몸이고, 용수철처럼 몸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지.”


“거머리는 뭘 먹지? 나처럼 흙 먹니?”

“아니, 거머리는 살아있는 동물의 피를 먹어.”


“엥? 다른 동물의 피를?”

“굶주리면 같은 거머리의 피를 빨기도 해.”


“끔찍하다. 저런 얘가 내 친척이라니!”

“꿈틀아, 거머리는 단지 살기 위해 피를 빨 뿐이야.


“자기 살자고 남의 피를 빠는 것은······.”

“자기 살기 위해 피를 빨 뿐 남을 죽일 생각은 없어.”


“······.”

“꿈틀아, 거머리가 싫지?”


“응!”

“왜?”


“나빠!”

“넌?”


“나?”

“넌 나쁘지 않고?”


“난 피 안 먹어. 흙 먹지.”

“피 먹는 거머리는 나쁘고, 흙 먹는 지렁이는 착한 거니?”


“물푸름이, 무슨 뜻인지?”

먹는 걸로 선악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단지 살기 위해 먹을 뿐이야. 그게 지렁이는 흙이고 거머리는 피지.”


“······!”

“꿈틀아. 풀 뜯어먹는 토끼는 착하고, 토끼 잡아먹는 여우는 악할까?”


“토끼는 순하잖아.”

“네가 순하다고 한 그 토끼 집에 다른 토끼 새끼를 넣어주면 어떻게 할까? 잘 돌봐줄까?”


“그럴 것 같은데!”

“아니, 죽여 버려. 토끼는 이빨로 사정없이 새끼를 물어죽이지.”


“아, 끔찍해.”

“풀을 뜯는다고 다 순한 건 아냐.”


“먹는 걸로만 판단해선 안 되는구나.”

“그래. 초식동물이 풀을 뜯는 것도, 육식동물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것도 단지 자기 살기 위해서지 딴 뜻 없어.”


“우리 지렁이 흙을 먹는 거나, 저 거머리 피를 빠는 것도 마찬가지겠네?”

“그래, 거머리는 살기 위해서만 피를 빨지 딴 뜻 없어.”


“난 거머리가 남의 피를 빨아먹는다기에 나쁘게만 생각했지.”

“꿈틀아, 거머리는 그리 욕심쟁이는 아냐. 배 부르면 더 이상 피를 빨지 않아. 실제로 몇 달마다 한 번씩만 피를 빨지. 단지 살기 위해서만 피를 빨 뿐이야. 다른 뜻은 없어.”


“다른 뜻으로 남의 피를 흘리게도 하니?”

“그런 생물이 있어.”


“어떤?”

“인간!”


“인간?”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는 인간이라는 동물은 이념이나 종교 같은 쓸데없는 이유로 전쟁하며 같은 인간의 피를 흘리게 하지.”


인간이 같은 인간을 죽인다고?

“인간뿐만 아냐.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지렁이와 거머리도 죽이지.”


“거머리가 인간을 이롭게?”
“멍든 눈 주위의 부기를 가라앉혀 시력을 회복시키고, 타박상을 입어 피가 정맥에 정체되었을 때에 나쁜 피를 뽑아 내. 거머리가 달라붙어 피를 빨면 아플 것 같지만, 거머리 침에는 마취 성분이 있어서 통증 없이 굳은 피를 제거할 수 있고, 히루딘이라는 혈액응고 억제인자가 있어 피가 굳지 않게 해.”


“피를 빠는 거머리의 습성이 그렇게 이용되기도 하다니 새삼스럽다.”

거머리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이젠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구나. 점점 호흡이 가빠지는데!

자, 이제 물을 떠나 다시 흙으로 돌아가자.

leech-1055447_1920.jpg 의료용 거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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