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꿈(14)_곁눈질이는 똑바로 볼 수 없다

단편소설 <꿈꾸는 꿈틀이>_14

by 시골뜨기

‘지렁이는 지렁이다!’라는 중얼이의 말은 실타래의 실마리였다. 꿈틀이는 지렁이는 지렁이다를 되새기며 기다가 슬기주머니를 만났다. 슬기주머니는 많은 경험과 슬기로 좋은 충고와 바라지를 하는 어르신 지렁이다.


“어르신, 지렁이다움이 뭐죠?”

꿈틀이는 한 가닥 기대를 걸고 물었다. 슬기주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인간 흉내를 내던 지렁이가 있었어. 양식장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을 인간인 양 착각하여 곁눈질만 하므로 곁눈질이라고 부르는데, 그의 시답잖은 꼴이 참 눈꼴사나웠지.”


슬기주머니의 말에 꿈틀이는 뜨끔했다. 예전에 매미가 누구냐고 물을 때 자신을 인간이라고 거짓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곁눈질이는 인간의 법칙을 가지고 저 아래의 쓰레기장을 자신의 땅이라고 우겼어. 우리는 황당했으나 내버려두기로 했어. 우리에겐 땅을 혼자서 독차지한다는 개념이 없었으나, 인간에게 소유라는 개념을 배운 곁눈질이는 소유욕에 눈이 멀어 지렁이다운 삶을 버렸지.

“······.”


“우린 곁눈질이에게 확실히 밝혔어. 우린 네 소유라고 주장하는 쓰레기장엔 들어가지 않겠다. 대신 너도 우리 모두의 소유인 쓰레기장 밖으로는 나오지 마라. 그러자 시건방진 곁눈질이는 대뜸 그러겠다고 했어. 제 딴에는 쓰레기장에는 영양분이 풍부하므로 굳이 다른 곳으로 갈 일이 없을 거라고 여긴 거야.”

“곁눈질이는 땅을 독점하고 싶었던 거군요.”

꿈틀이는 알속에서 어렴풋이 들었던 흙의 소리, ‘땅을 독점하거나 파괴하는 자는 결코 그 대가를 피하지 못하리라.’를 떠올렸다.


슬기주머니는 계속 얘기했다.

“달포 정도 지났을 무렵 곁눈질이는 흉측한 병에 걸려 죽었어.”

“어떤 병이죠?”


“단백질중독증이었다.”

“단백질중독?”

단백질중독증에 걸린 지렁이는 환대가 부어오르고 몸이 희게 변하고 마디가 잘리면서 죽는다. 지렁이가 흙을 먹으면 식도에서 탄산석회가 분비되어 산성흙을 중화시켜 좋은 흙으로 만들어 내보낸다. 그러나 계속 강한 산성흙을 먹으면 지렁이는 미처 산성흙을 중화하지 못하는데, 그러면 박테리아의 작용이 강하게 일어나 단백질증후 현상으로 소낭과 사낭이 파멸되어 복막염으로 죽는다.


“꿈틀아, 지렁이다움이 뭐냐고 물었지? 그것은 곁눈질하지 않고 올곧게 보는 것이다. 올곧게 본다는 것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야. 보이는 것과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

꿈틀이는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슬기주머니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어르신, 보이는 것과 바라보는 것은 어떻게 다르죠?”


“보이는 별을 보는 이들은 밤하늘의 별들이 제멋대로 널브러져 있다고 여기지. 하지만 별을 바라보는 이들은 별들의 모양과 움직임을 살피며 여러 가지를 예측한다. 곁눈질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어정쩡한 것이 되고 말아.”

꿈틀이는 곁눈질이가 죽은 그 쓰레기장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여 물었다.

“슬기주머니, 쓰레기장은 더 이상 지렁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요?”


“아니, 오히려 아주 좋은 곳이 되었어. 쓰레기장의 음식쓰레기, 휴지, 동물의 똥 등은 영양가 높은 우리의 밥이다. 쓰레기장이 한 마리의 지렁이에게는 버겁지만, 많은 지렁이에게는 기껍지. 우린 지렁이들이 왕창 그곳에 가서 죽음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바꿔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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