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이불 01화

무심한 봄꽃

코로나19에 핀 꽃

by 시골뜨기


이 난리에 무심케도 봄꽃이 폈다.



중세 유럽을 덮친 흑사병이 다시 나타난 듯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암울하건만 봄이 되었다고 봄꽃은 폈다. 여느 해처럼 활짝 폈다.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걸려 죽어간다. 난폭한 차에 차일까 봐 도로로 못 나서듯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두려워 밖으로 못 나왔다. 봄이 되었다고 봄꽃은 피었건만 이 꽃을 봐줄 이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기를 보든 말든 꽃은 그냥저냥 폈다. 무심하게 피었다.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더욱 쓸쓸해 보이는 봄꽃이다.


20200410_170326.jpg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봄이 왔다. 겨울잠을 깬 개구리는 눈을 뜨자마자 짝을 부르느라 우렁차게 울어대고, 남보다 먼저 씨를 퍼뜨리려는 꽃다지는 노란 꽃을 일찌감치 피웠다. 갯가의 버드나무도 흠씬 물올라 들뜬 봄날, 봄이 되어 자연은 이처럼 분주한데 인간은 잠자듯 잠잠하다. 화려한 침묵이다.


신학기가 되었어도 학교는 개학하지 못했고 각종 행사와 모임은 기약 없이 미뤄졌고 북적이던 장터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사람 세상은 이처럼 움츠리는데 봄꽃은 봄이 되니 피던 대로 피었다. 무심하다 말할까, 매정하다 말할까!


20200410_170306.jpg


바깥세상은 꽃 천지다. 노란 산수유꽃, 연분홍 살구꽃, 연둣빛 자두꽃, 가지가지 꽃꽃꽃. 남녘에는 벚꽃이 피었건만 벚꽃축제는 취소되었고, 꽃구경 오라는 홍보 대신 꽃구경 오지 말라고 안내한다. 제 아무리 꽃이 활짝 펴도 봐줄 이 예전만 못하건만 봄꽃은 어느 해 못잖게 활짝 피었다.


20200410_162845.jpg


하긴 꽃이 예쁘게 피는 것은 사람에게 보이려는 것은 아니지. 벌과 나비를 꼬드기려고 피는 거지. 그러니 사람 세상이 난리라도 상관없이 꽃은 때가 되니 그저 피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봄꽃을 무심하다 탓할 수도 없다. 올봄엔 꽃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사람 마음은 더욱더 우울하다.


활짝 핀 봄꽃이 이번만큼은 얄밉다.


FB_IMG_1586522549556.jpg 복사꽃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