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ukim Aug 25. 2021

테이크 아웃으로 즐기는 커피 마리아주 5

이 시국에 적절합니다

흔히 음식과 술의 궁합을 일컫는 '마리아주(marriage)’ 개념은 커피에도 폭넓게 적용됩니다. 커피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페어링해 즐긴다면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겠습니다. 팬데믹 시국에 맞게 테이크 아웃이 용이하고, 주목받고 있는 커피 마리아주 몇 군데 소개해드릴게요!  


1. 호원당 두텁떡

지금은 압구정으로 이전했지만, 이대 앞 호원당은 1953년부터 3대를 이어오며 이대 앞을 지키고 있는 유서 깊은 떡집입니다. 호원당 집안의 두텁떡을 고종 임금이 즐겨 먹었을 정도라니 명성이 유구하죠. 호원당은 임금님께 진상하던 궁중 떡을 재현한 고급 떡을 판매합니다. 그중에서 시그니쳐는 바로 이 두텁떡이에요. 두텁이란 검정팥을 거피한 다음 볶아서 고물을 낸 것으로, 두텁떡은 찹쌀 반죽 안에 밤, 대추, 잣, 유자 등을 넣고 빚은 뒤 시루에 두텁 고물을 얹어 시루에 쪄낸 떡입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떡은 저와 같은 다이어터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가살비, 즉 칼로리 대비 맛의 응축도가 높은 식품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떡은 작은 피스 하나가 3000원이 넘어갈 정도로 다소 가격대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모든 편견과 의문점이 사라집니다. 부드러운 시루가 녹으면서 시트러스, 시나몬, 견과 향이 어우러지면서 축포가 터집니다. 임금의 생일상에 올릴 정도로 귀한 떡이었다니 그 이유를 이제야 모든 미각 세포가 납득했죠. 블렌딩 커피로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변주한다면 두배의 기쁨을 누릴 것이라 장담합니다.

플랜즈 추천 :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늘어뜨릴 플랜즈의 페스티벌 블렌드

호원당 두텁떡 / 출처 : 호원당 공식 홈페이지

2. 노티드, 필링 도넛

10년 전, 멀끔한 글레이즈드 스타일의 크리스피크림 도넛이 엄청난 히트를 쳤었죠. 이후 잠시 느슨해진 도넛 씬에 노티드는 다시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노티드의 시그니쳐 필링 도넛은 눈꽃처럼 설탕이 뿌려진 겉면에 속은 리치한 플레이버와 촉촉한 크림 텍스쳐를 자랑하는데요. 카야 버터, 레몬 슈가, 얼그레이 등 필링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커피에는 클래식한 바닐라 크림과의 마리아주가 상당합니다. 흡사 아포가토와도 같은 어우러짐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노티드를 적극 추천합니다. 크림 필링의 풍부한 단맛에 다소 길티 필링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간식은 살 안 찝니다.(?)

플랜즈 추천 : 단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줄 콜드 브루 더치

insta : @cafeknotted


필링 도넛 / 출처 : 카페 노티드 인스타그램

3. 소금집, 잠봉뵈르

돼지 뒷다리로 만든 샤퀴테리(가공육)인 잠봉과 고소한 무염버터를 넣은, 프랑스식 샌드위치인 잠봉 뵈르. 들어가는 재료가 심플하기 때문에 재료의 수준이 무엇보다 중요한 샌드위치입니다. 한국 샤퀴테리 문화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소금집은 잠봉을 비롯한 다양한 샤퀴테리를 직접 만드는 가공육의 공방과도 같은 공간인데요. 샤퀴테리 오픈 키친을 통해 고기와 소금이 시간을 만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묘미입니다. 짭짤한 제주 흑돼지 수제 잠봉과 산뜻하고 부드러운 프랑스 이즈니 버터, 속재료의 풍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바삭한 식감을 더하는 바게트까지. 잠봉뵈르를 테이크 아웃해서 해질녘의 망원 한강공원까지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플랜즈 추천 : 샌드위치의 감칠맛과 은은히 어우러지는 에티오피아 예카체프

insta : @salthousekorea

잠봉뵈르 / 출처 : 소금집 델리 인스타그램

4. 누데이크, PEAK

생경합니다. 전시회장을 방불케 하는 쇼케이스, 파격적인 소뿔 비주얼의 누데이크 PEAK는 누데이크(NEW, DIFFERENT, CAKE)라는 브랜드 이름에 걸맞은 케이크입니다. 그중에서 디저트이자 오브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PEAK는 현재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임에는 틀림없죠. 말차크림을 둘러싸고 있는 먹물 패스츄리 크루아상을 하나 떼어내면 녹진한 말차크림이 용암과 같이 흘러내립니다. 절경이죠. 물론 맛도 빠지진 않습니다. 말차크림의 쌉싸름하고도 풍부한 존재감은 패스츄리의 쫀쫀한 질감과 딱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PEAK는 눈과 입 모두가 즐거운 마리아쥬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매장에서 취식할 때는 하나의 크루아상 뿔만 떼어내도 크림이 흘러내리기에 남은 케이크를 포장할 수 없습니다. 테이크아웃이 더 적절한 방법이겠습니다. 

플랜즈 추천 : 말차 크림의 바디감을 더하는 과테말라

insta : @nu_dake

5. 파온, 바스크 치즈 케이크

커피와 치즈의 궁합은 관능적일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적절합니다. 위산분비를 촉진시키는 커피를 치즈가 중화시켜 소화기관을 보호하기 때문이죠. 커피 이야기를 하는데 건강 이야기를 절절히 꺼낸 이유는 바로 이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소개하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치즈케이크도 치즈니까요.(?) 바스크 치즈 케이크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한 식당에서 유래한 지역 전통 케이크입니다. 탄듯한 비주얼과 스모키한 향을 내기 위해 고온에서 짧은 시간 바짝 굽고, 윗면이 탄 것처럼 구워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이야르, 겉바속촉은 역시 케이크에도 유효한 이론이죠. 이태원의 파온은 이 바스크 치즈 케이크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철 식재료가 토핑되기도 하고 얼그레이, 흑임자 등 속재료를 개성있게 채우기도 하죠. 바스크 치즈케이크 특유의 꾸덕한 식감의 오리지널리티를 체험하고 싶다면 이곳을 적극 추천합니다. 아, 홀케이크로도 구매가 가능하니 여럿이서 기쁨을 즐기면 맛이 두배가 되겠습니다.

플랜즈 추천 : 바스크 치즈 케이크의 스모키함과 케미를 이루는 부드러운 쓴 맛, 브라질 산토스

Insta : @paon_hannam

바스크 치즈 케이크 / 출처 : 파온 인스타그램


작가의 이전글 the taste of terroi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