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 : 커리어우먼, 쉽지 않네
순례길을 걸으면서도 ‘앞으로 뭐 해먹고 살지?’라는 고민을 계속했지만, 아직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평소엔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편인데, 유난히 이 질문만큼은 답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좋아했다.
입는 옷, 좋아하는 것, 되고 싶은 것까지 늘 나만의 기준이 뚜렷했다.
그래서 직업에 대한 혼란은 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학생 때는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가,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다른 선택을 했고, 결국 경영학을 전공하며 마케터와 MD를 꿈꾸게 되었다.
졸업 후 MD로 첫 직장을 시작했지만, 일을 하다 보니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떤 직업이 나와 맞을지 고민 끝에 결국 대학 시절 꿈꿨던 마케터로 직무를 바꾸기로 했다.
두려웠지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도전했다.
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글을 쓰는 일을 좋아했고, 잘하는 편이었다.
미적 감각은 있었지만 창작 능력은 부족했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하여 찾은 직업이 마케터였다.
실제로 마케터로 일하며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했고, 회사에서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길을 돌아 지금의 일을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또 다른 고민이 밀려왔다.
“나는 이 일을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마케터를 선택한 이유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필요한 것을 고객에게 제안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직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찾은 이 직업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돌아보니, 가치관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
예전엔 소비를 즐겼지만 지금은 미니멀리즘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추천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브랜드를 진심으로 좋아해야 설득력이 생긴다고 믿어왔기에, 가치관의 변화는 일에 대한 생각을 흔들어 놓았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직업’에 대한 혼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직업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고, 누구나 살아가면서 기준과 가치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부모 세대도, 내 또래도 여전히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를 고민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평생 이어지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를 이렇게 위로한다.
“내가 지금 이 일을 잘하고, 크게 싫지 않다는 건 이미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정말 싫었다면 이미 다른 길을 찾았을 것이다.
계속 이어왔다는 건 나름대로 잘 맞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위로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그건 마케터라는 직업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업의 ‘테두리 밖’에서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나에게 맞는 곳을 찾기 위해 여러 번 이직을 반복했지만, 완벽한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고 허무하지는 않았다.
그 과정 덕분에 내가 잘하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더 명확히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커리어는 회사가 아니라 내 삶 전체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결국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긴 여정 속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