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뾰족하게 날이 서 있는 엄마와의 3개월을 보냈다. 새벽에 일어나고 저녁 일찍 잠드는 엄마와 늦게 일어나고 늦게 집에 들어오는 나. 우리는 몇 주만에 깨어 있는 상태에서 마주했다. 지난 3개월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엄마. ‘엄마의 스트레스 주범이었던’ 그 일을 정리하겠다고 한다. 그저 묵묵히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간간히 ‘아, 그래?’라는 짧은 호응만 했다.
나는 엄마의 스트레스 주범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말도 안 되는 뒴담화’와 그 뒷담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쓸데없는 오해들’ 임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그리고 몹시 예민해졌으며 그 여파는 내게 전해졌다. 하지만 스트레스의 원인이 제거됨과 동시에 두통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엄마는 오늘 내게 전화를 한 통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얼굴을 보고 웃으며 대화가 가능했다. 엄마가 내게 한 마디를 했다.
“네가 그 일 왜 그만뒀는지. 알겠어. 남들이 뒷담화하는 게 이렇게 스트레스받는 일인지 몰랐지 뭐니?”
얼마 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공기업을 그만뒀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임원의 험담’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고 얘기했다. 당시에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도 좀 참지 그랬냐?’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엄마가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내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엄마가 3개월간 왜 그렇게 짜증을 내고 나를 못 살게 굴었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