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스스로를 '비혼 주의자'로 정의했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연애 감정을 타오르게 한 사람이 나타났으니 지금의 짝꿍이다.
제주에서 3개월을 보내고 다시 돌아온 서울. 제주로 가기 전 짝꿍을 따라 갔던 명상센터에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새벽 명상반을 듣기 위해 수업 전날에는 명상센터 근처에 살던 짝꿍의 집으로 갔다.
처음 만난 2년은 각자의 집을 오갔다.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살림을 합쳤다. 그리고 함께 지낸 지 5년째다. 결혼이란 제도권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서로의 가족과 왕래하며 지낸다. 한동안은 양쪽 부모님이 '결혼하라'는 말씀을 했지만, 이제는 양쪽 집에서도 '거의 포기한 듯?' 보인다.
'결혼이 뭐가 중요하냐. 둘이 좋으면 됐지.'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나 할까.
처음 만난 8년 전에는 둘이 지내는 시간이 너무 많고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해 계속 도망치려 했다. 연애 초기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홍대에 살던 때였는데 짝꿍이 늦게 퇴근하는 나를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행사로 술을 마시고 귀가한 나. 도착해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는 나를 짝꿍은 말없이 안아주고 토닥여 주었다. 이처럼 처음 1~2년간 감정 기복이 심했다.
명상요가 커플인 우리는 8년간 수련을 했다.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절에서 하는 예불에 참석했다. 예불이 끝난 후 경전 읽기, 명상 프로그램 등이 이어졌고, 그 후에 회사로 출근했다. 퇴근 후에는 저녁 예불에 참석하거나 명상요가 수업을 들을 때도 있었다.
8년 중 3년은 주로 '수행'에 비중을 두고자 하는 삶을 살았다. 그 3년동안 수련하고 끊임없는 명상 지도를 받으면서 '마음'을 닦을 수 있었고 감정 기복이 많이 줄었다. 대체로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8년 전보다 덜 싸우고, 지금이 더 행복하다. 짝꿍을 보면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