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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하는 마케터 Jul 02. 2020

나는 왜 실패했을까?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의 책 <사람에게서 구하라>를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역사’와 ‘과거’다. 역사나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나의 과거와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다. 들여다본 적은 있지만, 내가 스스로 당당하고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것만을 돌아보고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며 자아도취에 빠져있었고, 나의 실패에 대해서는 없던 것마냥 눈을 감아버렸다. 다시 들춰보기 싫기도 하거니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변하지 않았기에 ‘지금도 실패의 길을 걷고 있는 나’를 확인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성공을 의심한다. 고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사람에게서 구하라>, p213)


이번 기회에 과거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한번 의심해 보려고 한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분석하고, ‘현실에 안주’ 하지 않고 변화할 수 있는 나를 한번 찾아보려고 한다. 더불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으면 좋겠다.


1. 리더는 먼저 자신의 힘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높이고 매일 배움으로써 전문가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이 힘의 원천이다. 그 깊이가 힘이다.(<사람에게서 구하라> p49-50)

첫 번째 직장에서 지점 내 교육, 본사 교육, 영업을 잘하고 있는 선배들의 교육을 받을 때 한 번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부”였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공부를 한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더 많은 것들을 익혀 나의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름대로 각자의 시장을 분석하고 그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는데 필요한 공부를 한다. 예를 들어, 의사 시장을 타깃으로 하던 선배는 예과 의사의 생활부터, 본과를 거쳐, 페이닥터, 그리고 개업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와 고민들, 그리고 각자의 생활패턴에 맞는 상황을 이해하고 의사 시장에 특화시켜 본인이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공부하고 실제 의사 고객과 부딪히며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가게 된다. 선배는 의사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다른 선배를 계속 따라다니며 현장에서 배웠고, 그가 가진 인맥들을 공유하기도 했고, 같이 차를 타고 장거리를 다니며 끊임없이 물어보기를 3년 정도 했다. 그리고 어느새 의사라는 전문직종의 사람들을 상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도의 지식과 상담력뿐만 아니라 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전문가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반면 당시에 ‘비혼 고객’이라는 특수한 시장을 가지고 있었던 나를 돌아보자. ‘비혼’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예를 들면, 법적으로 재산을 파트너와 공유하거나, 부동산을 청약할 때의 불이익 등 법적으로 가질 수 있는 불이익 등등-에 대해서는 세미나나 토론회 등에 참여하면서 많이 듣긴 했으나 그것들을 나의 지식과 전문성으로 꽃 피워내지 못했다. 현실에서 나의 ‘비혼’인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법적인 문제나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는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는 5년 내내 초반에 회사에서 배운 기본적인 지식으로 영업을 다녔다. 전문가로서의 깊이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2. 냉소와 무시가 담긴 눈빛을 조심하라.(<사람에게서 구하라> p56)

나는 ‘아집’이 생각보다 센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내가 ‘결혼제도’를 싫어하니, 남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게 결혼보다는 ‘나의 일’이 소중했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내 삶의 일부분을 포기하고 아이를 위해 일정 시간 이상을 쏟아야 한다는 게 너무 부당하게 느껴졌기에 남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꿈’이 있었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던 사람이기에 ‘꿈’이 없고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답답해했다.


하지만 나도 지구촌 수억 명 인구 중의 한명일뿐이듯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희열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마저도 각자 살아온 환경 등에 따라 너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왜 미쳐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저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이 첫 직장 생활을 할 때 내가 다른 누군가를 만났을 때 냉소와 무시가 담긴 눈빛으로 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


간혹 인생의 목표가 ‘결혼’이고, 그 결혼을 위해서 현재가 존재하고, 그중에 나의 커리어와 관련된 어떤 꿈도 꾸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등 나의 가치관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냐?”는 등의 생각이 내 얼굴 표정으로 가감 없이 드러났던 것 같다. 그래서 상담을 하고 나서, 상대방은 기분이 나쁘고, 나 역시도 힘이 많이 빠지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나는 굉장히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알고 보면 밴댕이 소갈딱지만큼의 포용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고, 예전의 시간들을 돌아보니, 말로는 ‘각자 행복의 기준이 다르니까요~’라고 쿨하게 얘기했으나, 실제 마음속으로는 ‘왜 그렇게 살아? 그렇게 살면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진심으로 ‘당신의 삶이 그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면, 정말 그런 거겠죠.’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고 있고, 각자가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이제야 조금 깨닫게 되었다.


3. 실패의 원인은 철저히 분석되었다(<사람에게서 구하라> p56)

5년간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일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생각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누구를 만나든, 상담이 성공했던지 실패했던지 간에 ‘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분석해보자는 것이었다. 일반 회사에서 업무일지를 쓰듯이 나는 매일 만났던 사람들의 사례와 그들의 고민들, 내가 잘 대응해서 반응이 좋았던 것들, 좋지 않았던 것, 그리고 내게 부족한 지식들을 정리해야겠다고 5년 동안 생각만 하다가 결국 시도조차 하지 않고 회사를 나왔다.


회사 교육에서 선배들이 많이 얘기했던 부분 중 하나가 “상담이 성공했을 때의 그 느낌을 잘 기억하라.”는 것이었다. 느낌도 중요하고, 사실도 중요하다. 성공했을 때의 ‘느낌’이라고 하면, 나의 주관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다. 당시의 나에게 진짜 필요했던 것은 ‘느낌’보다는 ‘사실’이었다. 나의 고객이 되었던 사람들은 ‘왜 내 고객이 되고자 마음을 먹었는지’ 그리고 고객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것 때문에 고객이 되지 않았는지…’를 알아야 했다. 이것을 위해서 매번 상담이 끝날 때마다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늘 생각은 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느낌과는 다른 대답이 돌아올까 봐 물어보기가 겁이 났다.


4.‘항상 초보’라는 정신적 각성이 되어 있는 사람들은 어제의 자신과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좋은 학생이다.(<사람에게서 구하라> p63)

나는 지금껏 ‘항상 초보’라는 것과 정반대의 생각을 하며 살아온 것 같다. 출발점에 서 있는 초보자이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과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는 이미 전문가’라고 착각했다. 이런 오만한 마음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의 나’를 너무 사랑해서 경쟁상대로 생각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은 점점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과대망상으로 번져갔다. 그리고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대로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늘 포장하고 애를 썼던 것 같다. 과대망상은 지금의 현실을 스스로 만족스럽게 느껴지도록 했고,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황을 직시하지 못했고 변화하려는 생각조차 않았다. ‘나는 잘하고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과거의 모습과 태도’에 머물러 있게 했고 나를 점점 ‘발전’이 아닌 ‘퇴보’의 길을 걷게 했다. 스스로가 뒷걸음질 쳐 과거로 회귀하고 있었다. 지난 과거는 나를 받아들여 주지 않고, 계속 현실과 미래로 떠밀고 있는데 말이다.


5. 고쳐야 할 것은 반드시 해체하고 제거해야 한다.(<사람에게서 구하라> p193)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나의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을 수집해야 함을 알면서도 못하게 만든 것의 기저에는 ‘게으름’이란 놈이 숨어 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이들에게 냉소의 눈빛을 날리는 것, 항상 내가 잘났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것의 밑바닥에는 ‘인정에 대한 집착’ 혹은 ‘열등감’과 같은 감정들이 숨겨져 있었다. 이런 감정들의 뿌리가 도대체 어디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어릴 적부터 스스로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하는데, 계속 미루고, 끝내 하지 않았던 일이 많았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다른 쪽에 신경을 썼다. 마치 중고등학교 때 시험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지저분한 책상이 보여 평소에 하지 않던 책상 청소를 하다가 지쳐 쓰러져 잠들어버리는 학생의 심리 같은 것이다.


첫째이다 보니 엄마는 내게 많은 교육적 실험을 했다. 그중 하나가 온갖 종류의 가정학습지를 시키는 것이었다. 수학에서부터 한자, 영어 등등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었다. 그리고 항상 엄마는 내게 ‘권유’하는 법이 없었다. 늘 ‘명령조’로 얘기했다. ‘이거 해, 이거 다했으면 저거 해!’ 엄마에 대한 나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하기 싫다’고 얘기하거나(물론 싫다고 대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대충 답지 보고 베낀 후에 내가 직접 다 푼 척을 하던가. 당시에 내게 중요한 것은 엄마의 바람처럼 그 많은 학습지들을 전부 다 풀고, 나의 학습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었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매일 정해진 양을 풀어서 ‘보여주고 검사받는 것’이 중요했고, 그렇게 보여줌으로써 ‘혼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때부터 ‘대충대충’ 하는 것이 습관을 넘어 이미 나의 일부처럼 되어버렸다. 스스로의 만족보다는 타인을 ‘적당히’ 만족시키기 위해서 해왔던 일련의 행동들, 부모님에 대한 반항의 마음을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않거나 하지 않는 것으로 표현해왔던 나의 행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체화된 것이다.


이제는 내 삶에 대해 예전의 어머니처럼 잔소리하는 사람도, 어느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수십 년의 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일을 할 때에도 대충대충 하려는 습관은 나를 전문가가 되기 위해 ‘깊은 지식’을 쌓는 것을 방해했고, 매일의 업무일지를 쓰는 것도 막았다. 그러면서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나를 괴롭히기보다는 ‘나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만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최선을 다한 것마냥 착각하고 스스로 만족했다. 하지만 결과는 나의 실패를 보여준다. 고객들은 그들이 기대하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 나를 전문가로 보지 않았고, 나에 대한 만족도 없었으며, 그로 인해 고객들의 소개가 끊어졌고, 영업은 힘들어졌다. 그리고 결국 회사에서 실적저조로 퇴사권고를 받았다.


3년 전부터 다니고 있는 지금 회사에서 6개월 전부터 자기 일을 잘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매달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내가 했던 실수, 실패했던 이유와 정 반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끊임없이 공부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 해 가면서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스스로를 늘 부족하다고 여기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디테일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해 고객이 감동받게 만든다.


돌아보니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사실 '실패했던 나'를 자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고칠 것도, 달라질 것도 없을 수 밖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나를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명상을 시작하면서 그토록 버리고 싶었던 과거의 모습과 습관들을 많이 버릴 수 있었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의지대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다. 단지 그것을 자각할 수 있는 힘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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