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버린다. 회사.
당신이 다니는 회사는 당신의 목적인가요, 수단인가요?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할 수 있었다. 회사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잘 살기 위해 다니는 그 직장에 매달려 나의 삶이 쪼그라들고 있었다. 출근 - 퇴근 - 잠 - 출근의 끊임없는 쳇바퀴에서 나의 일상은 자리를 감춘 지 오래다. 본격. 본말전도 생활 10년 차랄까.
근무시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한다.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삶은 그것대로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것이고, 잘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만 하면 딱 좋지 않을까. 아,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구나. 10년 동안 회사 내에서 다양한 직무를 옮겨 다니며 노력했지만, 이제 그만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사유와 고민의 과정 없이 입시 - 대학 - 취업의 산을 열심히 열심히 오른 한국의 직장인들에게는 핸들도 브레이크도 주어지지 않는다. 잠시 앉아 쉴 기회나, 다른 산으로 갈아탈 환승의 벽이 매우 좁고 높은 것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오르고 올라 취업이라는 정상에 도착했다면, 이제는 내리막길뿐.등산로 반대편의 길을 각자의 좁은 수레에 담겨 터덜터덜 굴러간다. 바퀴는 내가 힘주지 않아도 매일매일 알아서 굴러간다. 방향도 속도도 제어할 수 없고, 풍경도 보지 못하는 수동적인 등산길.
자기만의 속도로 풍경을 즐기며 가고 싶다면, 그 수레에서 내려와 두 다리로 직접 걷는 수밖에 없다. 설령 내려가는 길을 잘못 들어 도로 오르막길이 나오거나 울퉁불퉁 돌길이 나오더라도 말이다.
나에게 장기간의 휴직이나, 다양한 이직의 기회가 있었다면 달랐을까? 퇴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앞서 의미 없는 가정을 한번 해 본다. 조심스럽게 내린 답은 NO. 기회가 주어졌다면 휴직이나 이직을 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결국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 인생의 주도권. 나 이외에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를 쥐고 흔들게 두지 않으리라. 그러니 이제 나는, 나의 수단을 버리려한다.이미 경제적 기반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