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근길.
드디어 승진을 하고 본사로 발령받으며 이사할 곳을 찾았다. 그때 나는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주공아파트를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었다. 그 집은 나의 첫 아파트였고, 열심히 공부해서 경매로 산 집이라 애정이 깊은 집이었다. 그러니까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울의 붐비는 지하철을 매일매일 오랫동안 타고 다닐 자신이 없어서 이사를 생각했다.
집을 구하는 조건은 아파트일 것, 그리고 회사에서 가까울 것, 이 2가지였고, 무섭게 오른 서울 전세시장에서 내 자금 사정에 맞는 집은 두 개의 단지뿐이었다. 그것도 16평의 작고 오래된 아파트..
두 개의 단지를 부동산 어플에 즐겨찾기 해두고, 매일 매물을 살폈다. 두 개의 매물을 봤고, 두 번째 매물을 다음 주에 바로 계약했다. 선택지가 많이 없기도 했지만, 그 집에서 회사로 걸어가는 길이 마음에 들었다.
한적한 독립문 공원을 지나고, 아담하고 알찬 전통시장을 지나가는 30분 남짓의 출근길. 걸어가는 길에 나무가 많고, 서울 한복판 치고는 사람이 많지 않아 평화로웠다.
그렇게 그 집에 산지 일 년이 조금 넘었다. 아침에 조금만 일찍 나서면 저 평화로운 길을 산책하듯 걸어 출근할 수 있다.
하지만 간혹 출근하기 싫은 마음에 바로 일어나지 않고 이불속에서 늦장을 부린 날이면 십 분 정도 버스를 타고 출근하게 되는데, 일산에서 종로로 가는 출근시간의 버스, 이게 참 고역이다. 경기도에서 살면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이 이처럼 많다는 것을 이때 실제로 체감했다. 그 길을 지나가는 버스는 많지만, 어떤 버스든 사람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득가득 차 있어 그 시절의 버스 안내양이 필요한 지경이다. 이 버스를 보내고 그다음 버스를 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 그다음 버스도 역시나 만원 버스인 것이다.
어쩔 도리 없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어 파서 문을 겨우 닫고 버스에 몸을 맡기면, 온 사방 모르는 사람들의 몸이 밀착하여 숨 막히는 상태가 된다. 여름이면 가뜩이나 옷도 얇은데 다들 땀에 절은 상태라 후끈하고 텁텁한 열기가 나를 감싼다. 이 불쾌함과 분노에는 가해자가 없다. 그저 서로를 이유 없이 혐오하게 되는 지옥의 아침버스.
그래서 요새는 거의 매일 걸어서 출근과 퇴근을 하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걷는 출퇴근길은 나에게는 자그마한 기쁨이다.
이렇게, 서울 평균에 비해서 매우 짧은 출퇴근 시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실상 나는 자기만의 시간이 거의 없다 느낀다. 늘 허덕이고 있는 나의 마음속을 가만히 들여보면, 일, 회사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회사에 다니기 싫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지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른 퇴근을 한 날에도, 무의식- 무조건적으로 핸드폰에 코를 박고 유튜브부터 인스타를 경유하여 넷플릭스를 부유하며 각종 정보를 머리에 쑤셔 박고 있는 나.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서 까지 핸드폰을 손에 쥐고 각종 영상을 보다 스탠드 불빛을 켜 놓은 채 기절하듯 자는 나. 그것을 반복하는 자율성 없는 기계 같은 나.
참 소모적이고 어리석은 현재의 나. 나. 나.
회사에 가는 매일의 나를 위해 출근길을 아름답고 쾌적하게 바꾼 것처럼, 매일의 나의 일상도 가치 있게 재정비하고 싶다. 요즘은 그 생각만 계속 머리속에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