育兒, 育我, 六我수필 다섯번째 이야기
운전면허에도 연수가 있고, 교사가 될 때 실습이라는 게 있고, 의사가 될 때에는 인턴이라는 것이 있는데 엄마가 되는 것에는 그 어떤 연습도 없다. 그래서 내가 의지하는 것은 구전 설화처럼 내려오는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썼던 육아방식, 혹은 인터넷, 혹은 책.
한껏 의욕에 불타 책을 두어권 샀다. 육아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내가 산 책들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 수면교육 및 수유에 대한 책이었다. 먹고 자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니겠는가!
그렇게 육아서적을 읽기 시작했는데, 육아서적에 나오는 아기의 수유 스케쥴이라든지, 수면 스케쥴이 나와는 너무도 달랐다. 책을 읽고 난 얼마 후부터 난 안 그래도 강박적이던 사람이 더욱 강박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모유수유를 한 지 1시간 반 정도 밖에 안 지났는데 또 밥을 찾는 아기를 바라보면서 '왜 이렇게 빨리 밥을 찾지? 1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데..', 아기가 잠을 자다 빨리 깨면, '더 자야 하는데..' , 하고 책에 나온 시간을 생각했다. 생후 6주가 지나면 수유는 3시간 만에 하고, 낮잠은 2시간 정도. 그러나 아기는 낮잠을 더 적게 자고, 먹-놀-잠으로 이어져야 하는 패턴이 점차 먹-놀-먹-잠으로 이어져 젖꼭지를 빨면서 잠드는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왜 아직도 1시간 반만에 입맛을 다시며 뭔가를 먹고 싶어하는 거지? 주입식 교육이 익숙한 나로써는 열심히 답을 찾아 책과 인터넷을 헤엄쳤으나 해답은 없었다. 어느 책에는 먹고 싶을 때 먹이라며, 어느 책에는 시간에 맞춰서 먹이라며..
어쩌라는 거지?점차 혼란스럽고 초조해졌다.
그러나 며칠 간 애써보아도 아기의 패턴은 책처럼 바뀌지 않았다. 책대로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책에 나오는 스케쥴이 정답이고, 내 아기는 스케쥴과는 너무나 다른 패턴인지라 속상했다. 왜? 나는 초보 엄마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유가 나오는 양은 다르고, 아기마다 빠는 힘도 다르다. 분유 또한 마찬가지다. 분유량은 일정하지만 아기마다 대식가인 아기도 있을 것이고 소식하는 아기도 있을 것이다. 어른들도 그렇지 않은가?(하고 파워 대식가인 나는 생각해본다) 15분, 15분 총 30분 수유가 꼭 정확한 양이 아닐 수 있다. 아기는 나의 모유를 10분 이상 빠는 일이 흔치 않다. 그렇게 적은 시간을 먹어도 아기의 배는 터져나갈 것 같고 내 가슴은 말랑해진다. 그러니 15분에 집착하지 않아야 하는데, 어딜 가도 15분, 15분 총 30분이 정해진 양이라고 하니 아기가 적게 먹는 건가 싶어 속이 답답하다. 모유는 측정조차 되지 않아 통계과목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정말 더욱 답답했다.
태어난 지 고작 60여일 된 아기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책을 읽다 보니 때론 너무 어른 다루듯이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전문가들의 말대로 아기가 생각보다 강한 걸까? 스스로 할 능력이 있는 거겠지?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른들도 낮잠을 멋대로 자는데.. 어른들도 불면증에 잠못 이루는 사람도 있는 반면 머리만 대면 자는 사람도 있는데. 혹시나 그게 모두 어린 시절의 수면교육 때문에 나타난 습관인걸까? 우리는 모두 어떻게 컸을까?
그러다 마침내 깨달았다.
마치 육아서적은, "교과서 보고 서울대 갔어요.", "이렇게 공부하면 1등한다"의 공부방법을 다룬 책인 것이다. 사실 우리가 그 책을 읽는다 한들 정말 1등을 하는 건 아니다. 서울대에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난 '공부방법'에 관한 책만 주구장창 읽고 '공부'는 하지 않은 셈이다.
육아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아기와 내가 맞추어 가는 것. 아기가 조금씩 끊어서 먹어서 양육자가 힘드니까 양육자가 편한 방식으로 아기를 맞추어 가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있겠지만, 만일 양육자가 할 만하다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면..? 그렇다면 할 만한 양육자의 방식이 정답이 되지 않을까.
결국 육아는 시간이 답이다. 결국 아기는 자랄 것이고, 아기는 8살만 되어도 엄마 품에 안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책에 있는 내용들 중에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예를 들면 밤수끊기라든지, 너무 24시간 아기에게 매달리지 않는다든지 하는 내용들)은 취사선택하되, 나머지는 나와 아기가 함께 해 나가는 것이 육아인 것 같다.
내가 육아서적을 읽고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니 주위 선배 엄마들이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책처럼 키우면 10명은 더 키울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누구나 똑같이 키우면 로보트 아니겠냐고, 각자의 아기마다 성격도 성향도 기질도 다른데 어떻게 정답이 하나이겠냐고 말이다. 그런 주위의 말들이 내게 힘이 되었다.
그래, 육아에 대한 공부방법은 이론으로 익혔으니 실전에 집중할 때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방향은 있을 것이다. 육아란 결국은 내 품에 품은 아기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것. 결국 내 품을 떠나 스스로 모든 일들을 해내게 도와주는 것. 그 마음가짐을 잃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