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제로웨이스트가 동시에 가능할까.

育兒, 育我, 六我수필 열다섯 번째 이야기

by ANNA

아기를 키우다 보니 내 한 몸 건사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내 딴에는 일회용 쓰레기를 줄여보려고 노력한다. 생후 4개월 무렵부터 천기저귀를 써왔지만 밤에는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했다. 게다가 외출을 하거나 시댁이나 친정에 갈 땐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니 쓰레기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는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해서 천기저귀 일부는 처분하고 일화용 기저귀로 복귀해 버렸다.


요즘 천기저귀는 참 잘나온다

나름대로 환경에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실천하는 것들이라고는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라거나 장터에서 물건을 살 때 과일이나 큰 야채는 그냥 에코백에 담기, 두부는 락앤락 통에 받기, 바디샤워 대신 비누 사용하기(하지만 남편은 바디샴푸를 쓰기 때문에 제로웨이스트도 마음이 맞아야 실천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남편은 언제나 리필용을 산다. 통을 씻어 쓰는 부지런한 분..), 배달음식 자주 안 먹기, 생수통 대신 정수기 설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기 정도인데도 매일같이 쓰레기는 넘쳐난다.


특히 대부분의 아기용품들이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물티슈와 종이컵이 플라스틱이라는 것이다. 육아를 할 때 필수품이 물티슈인데 그 한 장 한 장이 재활용이 전혀 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 후로 의식적으로 물티슈를 적게 써보려고 하는데 습관을 고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식탁에는 행주 한 번 더 쓰고 아기에게는 턱받이나 손수건 한 번 더 쓰는 걸로 열심히 노력 중이다.

이제는 일회용 마스크도 매일 해야하는 녀석


그리고 육아용품 중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것들은 장난감이 대표적이다. 아기의 인지ㆍ정서발달, 대근육ㆍ소근육 발달은 그런 장난감들로 이루어질 텐데 죄다 플라스틱이다. 아기 옷만이 면 100%로 뭔가 지구에 잘 스며들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부부는 대부분의 물품을 물려받았고, 장난감은 장난감도서관에서 대여한다. 그럼에도 아기에게 사주고 싶은 장난감은 무척이나 많고, 집을 가득 채운 플라스틱을 보고 있으면 내가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플라스틱들이 매일매일 공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만들어지고 또 버려진다는 게 참 안타깝다. 심지어 아기 장난감은 플라스틱 재활용이 되지 않아 일반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 오래된 플라스틱은 흠집이 나 있고 미세 플라스틱이 나와 아기에게 좋지 않으니 물려받았다고 다 좋은 것만은 또 아니다.

젖병도 마찬가지다. 그냥 국민템을 산다고 산 건데 플라스틱이었고, 젖병은 3개월에 한 번씩 바꿔줘야 한단다. 흠집이 나면 세균이 번식한다고. 유리젖병의 존재를 뒤늦게 알았는데 아기의 입맛에 딱 맞는 젖꼭지와 젖병이다 보니 이제 와서 바꾸기가 어렵다. 게다가 출산 후 손목이 아픈데 유리 젖병은 상대적으로 무겁다 보니 육아를 하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란 정말 부지런하고 내 몸을 갈아가며 시간도 갈아가며 하는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실천해보면서 실천의 범위를 넓혀가려고 하는 건 아무래도 지구가 인간의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고, 인간에 의해 지구가 망가져 가는 게 싫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이 뻗어나가다 보면 그 생각은 동물원에서 멈춘다. 나는 동물들을 사랑한다. 내 아기도 동물 친화적인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동물원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내 아기에게 동물을 보여주고 싶은, 동물과의 체험(말타기나 알파카에게 밥 주기라든지..)을 시켜주면서 "실제로 기린은 저렇게 생겼어!"라고 말해주고 싶은 그런 욕망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서 참 어렵다. 아기를 동물원에 데리고 가는 것은 내 아기에게 실제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데, 그건 동물원은 너무 잔인하다는 나의 신념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야생동물이랑 사진찍는 걸 좋아했던 나.


아무래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세계 방방곡곡을 다녀야 할 것이다. 호주에 가면 길거리에 캥거루가 지나다닐 것이고, 인도에 가면 길에 소들이 쓰레기를 먹고 있다. 하와이에 가면 스노클링 장비만 있으면 바닷속에 떼를 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고, 아프리카의 국립공원에 가면 기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가면 바다이구아나와 펠리컨들을, 뉴질랜드에 가면 바위 위에 늘어져 있는 바다표범들과 펭귄을 배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엔 고라니가..) 그리고 그것이 힘드니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게 되겠지.


자취를 하면서 제로웨이스트는 가능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제로웨이스트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욕망과 신념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 그게 육아와 제로웨이스트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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