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에게 있다

대화할수록 불행해지는 이유

by 탄산수

나를 온전히 말할 수 있는 순간

일상 속 행복은 결국 누군가와 영혼을 나눌 수 있는 대화를 하는 데 있지 않을까.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귀 기울여주는 사람과의 대화 말이다. 그런 관계가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내 '분량'을 되찾는 기분이 든다.


고립의 시작

요즘 나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하원시킬 때까지 혼자 방에서 일한다. 가끔 카페나 도서관에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고립된 채 보낸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타다가, 양옆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이없게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그만큼 연결을 갈망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 고립감은 일을 그만두고부터 시작됐다. 피디로 일할 때는 야외 촬영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지만, 일을 쉬게 되면서 일상의 대화들이 사라졌다. 게다가 마음이 잘 맞던 같은 단지 친구가 이사를 간 일도 고립감을 더 키웠다. 성격도 잘 맞고 출산 시기도 비슷해서 자주 왕래하던 친구였는데, 그 빈자리가 생각보다 컸다. 요즘엔 아이를 데리러 가서 원장님과 수다 떠는 시간이 가장 따뜻한 순간일 정도다.


많은 말 속에서 더 깊어지는 외로움

하지만 대화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고립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회사 생활이 그랬다. 점심시간마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예컨대 직원 험담 같은 것—에 억지로 리액션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와는 상관없는 말들로 내 하루를 채우며 점점 내 분량을 잃어갔다.


나를 궁금해해주는 사람

그래서 결국, 우리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좋은 대화 상대란 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진심으로 궁금해해주는 사람이다. 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상대는 오래된 친구일 수도 있고, 어쩌다 한 번 만나는 모임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삶 속에서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먼저 약속을 잡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오면 기쁜 마음으로 나간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쳐져 있던 내 마음을 다시 부풀게 한다.


너무 가까워서 놓치고 있던 말들

가족과의 대화도 더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내 이야기를 오히려 꺼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얼마 전, 옆 동네에 볼일이 있던 동생이 커피 한 잔 하자며 나를 불렀다. 바쁜 일정이 있었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려는 건가 싶어 시간을 냈다. 그런데 동생은 추석 때 시댁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신나게 털어놓았다. 나는 열심히 리액션을 해줬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시간이 없는데…’라는 초조함이 밀려왔다. 결국 동생은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라고 묻자 그제야 진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자매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전에는 회사 생활이나 일상 이야기에 머물렀지만, 영혼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관계가 훨씬 깊어졌다. 물론 가벼운 수다도 의미가 있지만, 내면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깊은 연결감을 느낀다.


내 말을 끝냈으니, 이제는 너의 차례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 진심 어린 이야기에 연결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제는 내 글을 읽은 친구가 “그냥 읽을 수 없다”며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 그동안 나는 이곳에서 끊임없이 말을 했으니,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차례다.


마음을 다해 듣는다는 것

이 글의 마중물은 러닝머신 위에서 읽은 데이비드 브룩스의 책 『사람을 안다는 것』이었다. 그는 말한다. "대화를 할 때는 열량을 소모할 만큼 집중하라." 나도 그렇게 대화한다. 누구를 만나든 마음을 다해 듣고, 그 시간에 집중한다.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오면 늘 녹초가 되곤 한다. 하지만, 그만큼 귀한 선물이 또 있을까? 나도 얼른 그 선물을 들고, 다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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